대만의 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2025년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는 직접 하지 않고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찍어내는 제조 전문 기업을 말한다. TSMC는 이 분야 세계 1위이며 엔비디아·애플·AMD 같은 기업들이 설계한 고성능 칩을 실제로 생산하는 곳이다.
TSMC가 10월 16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9899억 2000만 대만달러(약 45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었다. 순이익은 4523억 대만달러(약 20조 9000억원)로 39.1%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사전에 제시한 예상치 순이익 4177억 대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매출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순이익률은 45.7%로, 제조업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50.6%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사업 부문별 매출 구성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 컴퓨팅(HPC) 칩이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했다. 불과 수 분기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용 칩이 TSMC 매출의 핵심이었지만 AI 수요 폭발로 중심축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스마트폰 부문 비중은 34%로 줄었고, IoT(사물인터넷)와 자동차용 반도체가 나머지를 채웠다.
공정 기술 측면에서도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 수준인 3나노미터(nm) 공정이 전체 웨이퍼 매출의 23%를 차지했으며 5나노가 37%, 7나노가 14%를 기록했다.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모두 합산하면 전체 웨이퍼 매출의 74%에 달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고성능인 칩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영역에서 TSMC의 기술 우위는 독보적이다.
실적 발표와 함께 TSMC는 4분기 매출 전망을 322억~334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5년 매출이 1212억 달러(약 175조원)에 달해 전년 대비 36% 성장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TSMC의 성장 배경에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가속기 수요가 있다. AI 모델을 훈련하거나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려면 대규모의 병렬 연산이 가능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이 필요한데 이 칩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사실상 TSMC뿐이다.
엔비디아 외에 AMD, 브로드컴, 구글 등이 자체 AI 칩 생산을 TSMC에 위탁하고 있으며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용 칩도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TSMC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위인 삼성전자가 8%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63%포인트에 이른다. 3분기에는 점유율이 72%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설비투자 계획도 공격적이다. TSMC는 올해 자본지출을 320억~36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공장은 엔비디아·AMD의 첨단 AI 칩 생산 기지로 쓰일 예정이며 일본 구마모토에는 소니·덴소 등과 협력해 합작 형태의 공장을 짓고 있다.
두 공장 모두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인 2나노 공정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6년 하반기 양산을 예고한 상태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도 크게 뛰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TSMC의 주식예탁증서(ADR)는 7% 가까이 올랐고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 AI 관련 반도체 종목이 동반 상승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 가까이 올랐다.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TSMC 생산시설 대부분이 여전히 대만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투자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급등하면서 중소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경우 수요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AI 투자 의지가 견고해 단기간 내 수요 급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