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보잉(Boeing)의 대규모 항공기 주문을 두고 사실상 최종 단계 협상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계약은 규모가 크고 대통령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보잉에도, 중국에도 중요하다”며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으며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 오른 항공기 수는 최대 5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문이 확정된다면 2017년 이후 보잉이 중국과 맺는 가장 큰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에도 대규모 구매 계약이 있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실제 이행은 지지부진했다.
이번 계약은 미중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무역 협정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성사 조건은 양국 간 긴장 완화라는 전제가 붙는다. 협상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이번 논의는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항공 시장이자 보잉에게는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다. 중국 민항 수요는 빠른 도시화와 항공 인프라 확충에 힘입어 꾸준히 확대돼 왔고, 보잉으로서는 이 거대한 시장을 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에어버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계약은 글로벌 항공 시장의 균형을 흔들 잠재력을 지닌 거래로 평가된다.
실제로 보잉은 737 맥스 운항 중단 사태와 팬데믹 기간의 주문 취소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으며, 최근 들어서야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대규모 계약은 보잉의 생산 라인과 고용 안정, 나아가 기업 신뢰 회복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협상은 무역과 기술, 군사 대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외교적 교류 속에서 병행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엇갈리며 미·중 관계는 수년간 갈등 국면을 이어왔지만, 항공기 구매와 같은 실질적 경제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미국 정부는 제조업 일자리 확대와 무역적자 완화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고, 중국은 자국 항공사들의 장거리 노선 확대와 운항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정치적 계산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복합적 협상으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보잉 주가는 보도 직후 프리마켓 거래에서 1.2%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수년간 이어진 악재 속에서 보잉이 다시 한번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경우 중장기 성장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과거 중국이 대규모 주문을 약속한 뒤 실제 인도에서 차일피일 미루거나 계약을 조정한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중국은 보잉을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할 때가 많았다. 실제 인도가 이뤄질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론 역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이제야 보잉이 다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다른 쪽에서는 “중국의 주문은 언제든 정치적 변수로 뒤집힐 수 있다”는 회의론을 제기했다. 온라인 투자 게시판에는 “중국이 왜 아직까지 자체 민항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는지가 더 놀랍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참여자는 “엔진 기술이 걸림돌이라 보인다”며 기술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처럼 낙관과 비관, 그리고 냉소적 평가가 동시에 분출되면서 협상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의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한다. 항공 산업 분석가들은 이번 거래가 항공기 생산 체계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보잉 협력업체와 부품 공급사, 정비 서비스 시장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계약이 성사되면 단기적으로 채권·외환시장이 반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항공사들이 대규모 달러 결제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환율 변동이 불가피하고, 이는 달러 강세 혹은 위안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적 해석도 다양하게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중국이 실제 인도에 나서기보다 보잉과의 협상을 지렛대로 유럽 에어버스와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내에서는 “대규모 계약 성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성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세계 2위 항공 시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중국이 얼마나 실질적인 구매 의지를 보일지, 그리고 보잉이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향후 항공 산업과 국제 외교 모두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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