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가스 업계 경영자들의 비관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이 9월 10일부터 18일까지 텍사스, 루이지애나 북부, 뉴멕시코 남부 지역 139명의 에너지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설문조사 결과 다수의 경영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규제 변화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응답자는 “미국 셰일 산업은 고장 났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 엔진이었지만 정치적 적대감과 경제적 무지에 의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영자는 “셰일의 황혼기가 시작됐다. 원유 자체가 고갈된 것은 아니지만 배럴당 60달러짜리 석유는 고갈돼 간다”고 지적했다. 한 석유 서비스업체 대표 역시 “생산 확대가 필요할 때 활력 있는 서비스 산업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는 피를 흘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의 불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에너지 지지’와 달리 철강 관세 부과, 에너지 정책의 잦은 급선회가 결과적으로 산업을 “무릎 꿇게 했다”는 점에 집중됐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전망도 낮췄다. 올해 말 배럴당 약 63달러, 2027년까지 60달러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불과 2분기 전까지만 해도 연말 68달러, 2년 뒤 70달러대를 예상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 정세 역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했고, 러시아 정부는 연말까지 디젤 수출을 제한하고 기존 휘발유 수출 금지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 터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향후 국제 제재 강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또한 러시아의 영공 침범이 반복될 경우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원유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으며 주간 기준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 11월물 서부텍사스유는 5.3% 올라 배럴당 65.72달러, 브렌트유는 5.2% 올라 70.1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6월 중순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도 소폭 상승하며 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증시에서는 에너지 업종 전반이 반등했다.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는 주간 3.9% 올랐고, 개별 종목으로는 리튬 아메리카스가 94.7% 급등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프리포트 맥모란(-20.4%), 누스케일 파워(-18.7%), 오클로(-18.3%) 등 일부 자원과 신재생 관련 종목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설문 결과가 공개되자 여론은 엇갈렸다. 일부는 “트럼프의 무능한 경제정책과 관세가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다른 이들은 “애초에 트럼프가 값싼 기름을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놀라는 건 위선”이라고 조롱했다. 또 “바이든 시절에도 업계는 불만이 많았다”며 특정 정권 문제라기보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라는 반박도 나왔다. 한편 “석유 메이저들이 결국 트럼프의 세제 혜택 덕을 봤으면서 이제 와서 불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의 체감 위기는 심각하다. 한 투자자는 “불확실성과 소음이 너무 크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경영자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목소리는 “매일 바뀌는 에너지 정책은 국가 전체의 패배로 이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경고다.
석유, 가스 업계의 냉소적인 분위기는 이번 설문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에너지 지배’ 전략이 오히려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적대감과 경제적 무지에 셰일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업계 현장의 깊은 불안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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