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채 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등 시중 금리 전반의 기준이 된다. 이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도 함께 뛴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04%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5.00% 안팎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월요일에도 장중 5%를 잠시 넘었다가 소폭 밀린 바 있다. 이날까지 10년물 금리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면 가격이 내려가고 그만큼 금리는 오른다. 지금의 금리 급등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거 내다 파는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이번 매도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채권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금리를 밀어 올린 가장 큰 배경은 국제 유가 급등이다.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되면서 원유 공급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700만 배럴을 실어 나르는 동서 송유관 가동을 중단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유가가 오르면 각종 물가가 따라 오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시장 정보업체 BMO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과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관계수는 0.96까지 올랐다. 두 지표가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 지표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를 유지했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집계됐다. 두 지표 모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여기에 미국 내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까지 오르며 물가 부담을 더했다.
이번 금리 급등은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연준은 16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17일 오후 2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전망 도구인 페드워치 기준으로 인상 가능성은 90%를 넘는다. 예상대로라면 이번 인상은 2023년 이후 처음이자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취임 후 첫 금리 인상이 된다. 워시 의장은 지난 5월 취임한 뒤 인상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결정 자체보다 그 이후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하거나 워시 의장이 시장이 반영한 것보다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채권 투자자들이 물가 위험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매도세가 오히려 가팔라질 수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흔들린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투자자들은 이후 추가 긴축 여부를 가늠할 워시 의장의 발언을 주시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잭슨홀 회의에서 워시 의장은 물가가 목표치를 향해 뚜렷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 상승은 만기가 다른 국채 전반으로 퍼졌다.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약 4.69%로 올랐고 장중에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인 4.688%를 찍었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 금리는 5.39%까지 상승해 2007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은 지정학적 위험에 특히 민감하게 움직인다.
MUFG의 조지 곤살베스 미국 거시전략 총괄은 당초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주 예상보다 높게 나온 물가 지표를 반영해 인상 쪽으로 전망을 바꿨다.
그는 금리 인상이 반드시 옳은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대응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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