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CEO 워스 "글로벌 연료 위기 이미 시작됐다"…디젤값 사상 최고 6달러 돌파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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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정유·에너지 기업 셰브런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워스가 세계 연료 공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의 시장 혼란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경영진들의 진단은 정반대다.
워스 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그동안 유가와 공급 위험을 완충해 온 장치들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간 가격이 내려갈 여지보다 오를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소매 디젤(경유) 가격은 갤런당 6.2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름 한때 4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도 4.32달러까지 다시 올랐다.
위기의 발단은 중동 정세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난 2월 말 시작된 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교역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길목으로 이곳이 막히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할 만큼 시장이 흔들렸다. 봉쇄 이전 하루 130척가량 통과하던 이 해협을 지금은 5~15척만 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체 통로로 '동서 송유관'을 활용해 왔다. 나라 동쪽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의 얀부항까지 육로로 실어 나르는 길이 1200㎞의 관로다. 그런데 지난 10~11일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이 송유관을 공격하면서 사우디는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루 최소 25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위성사진에는 메디나 남쪽 펌프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포착됐고 복구에는 5~6주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 석유 수입·거래업체들은 송유관을 며칠 안에 재가동하지 못하면 수출용 재고가 바닥나 전 세계 공급의 최대 4%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9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570만 배럴, 약 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경영진들은 이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양적자산운용사 퀀텀캐피털그룹의 윌 밴로 CEO는 오스틴 콘퍼런스에서 협상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쪽이 유리한데 이란은 수십 년간 고통을 견뎌 왔기에 버틸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업용 연료 재고는 6개월 넘게 계속 줄어 왔고, 비상시 방출하는 전략 비축유마저 더는 끌어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그동안 자체 비축분으로 하루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충당하던 중국이 다시 국제 시장에서 대량 구매에 나서면서 공급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젤값 급등은 물류 전반으로 번진다. 디젤은 화물차와 배송망을 움직이는 연료여서, 식료품부터 택배까지 온갖 상품의 운송 비용을 끌어올린다. 일부 기업은 이미 온라인 주문과 우편물에 추가 요금을 붙이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넘기고 있다. 미국 디젤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60% 뛰었다.
한편 유가는 우크라이나 변수에 잠시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디젤을 중심으로 가격이 고점에서 물러났다. 트럼프는 디젤값 급등의 원인을 중동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렸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망과 에너지·식량 공급 시설 공격을 실제로 멈춘다는 보장이 있어야 자국도 공격을 중단하겠다며 러시아가 합의를 지킬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국 모두 합의 이행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시장 지표로 보면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 오른 배럴당 101.39달러,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 오른 105.68달러에 마감했다. 천연가스도 2.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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