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캐나다는 9월 8일 0시 1분(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제품 276억 달러어치에 대해 15~50%의 보복관세를 발효했다.
대상은 700여 개 품목에 이르며 철강, 알루미늄, 유제품, 가전, 농기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산업을 아우른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관세에 정확히 상응하는 '달러 대 달러' 대응으로 규정했다. 품목별 세율도 미국이 같은 제품에 매긴 관세율에 맞춰 그대로 설정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로 올랐다. 이는 미국이 앞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50% 관세에 맞춘 것이다. 가전이나 농기계 등 다른 품목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됐다. 다만 캐나다 정부는 자국 경제에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산물 등 일부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미국이 꺼내 든 이례적인 관세 카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0일 '1930년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세 건의 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항은 미국 상거래를 차별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통령이 최대 50%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지만, 1949년 이후 실제로 발동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사실상 잠자던 법이었다. 미국은 캐나다가 자동차, 주류, 유제품 분야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캐나다가 자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에는 관세와 물량 제한을 두면서 다른 나라 제품에는 그러지 않았고, 주류의 경우 각 주(州) 정부가 운영하는 주류 판매소에서 미국산을 사실상 배제해 왔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 관세를 막기 위해 몇 주간 협상을 벌였다. 한때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오기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됐던 발효 시한을 사흘 늦추기까지 했다.
미국은 자동차와 금속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은 8월 21일 금요일 밤 최종 결렬됐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막판에 내놓은 요구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너무 적은 것을 내놓았다"며 자동차 산업은 물론 캐나다의 문화와 프랑스어 보호, 제3국과의 무역협정 체결 권한까지 건드리는 비경제적이고 불공정한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다음 날인 22일 0시를 기해 미국의 50% 관세가 곧바로 발효됐다.
미국 측은 추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를 겨냥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캐나다 달러의 가치를 문제 삼으며 "캐나다 달러의 불균형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 달러와 같은 '달러'라는 명칭을 쓰는 캐나다 통화가 1대 1로 거래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캐나다 통화는 흔히 동전에 새겨진 새 이름을 따 '루니'로도 불린다.
개별 기업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를 향해 미국에서 비행기를 만들지 않으면 미국 내 판매를 막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봄바디어 제품의 품질을 깎아내리며 미국 시장을 원한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했다.
다만 봄바디어는 자사 항공기의 날개와 엔진 등 주요 부품이 미국에서 생산되며 공급망 상당 부분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봄바디어의 미국 내 부품 공급업체는 2800곳이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027년 1월 1일부터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 기록과 지도에서 '온타리오 호수'의 명칭을 '아메리카 호수'로 바꾸는 명령에도 서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에 대해 캐나다인에게 그 호수는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온타리오 호수"라고 맞받았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통화가치 문제 제기에도 캐나다 달러는 발효 당일 미국 달러 대비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점차 무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관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불어오는 폭풍은 통제할 수 없지만 강한 캐나다를 만들고 교역 관계를 다변화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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