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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가 바꾼 투자 판도…BofA "지난 10년 상식이 무너진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7.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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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 리서치팀이 2020년대 투자 환경을 관통하는 흐름을 정리한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은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지난 10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원리를 거의 정반대로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는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시장을 이끌었고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와 자유로운 교역이 당연시됐다. 미국이 홀로 앞서가는 '미국 예외주의'도 이 시기의 상징이었다. 

 

반면 지금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 각국은 국가 안보를 앞세워 국경을 걸어잠그고 있으며 미국에 쏠렸던 힘이 세계 곳곳으로 다시 분산되고 있다.


정치 지형도 달라졌다. 기존 정치권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파격적 공약을 내건 세력에 표를 몰아주는 포퓰리즘이 한층 거세졌다. BofA는 그 성격이 시장 친화적인 '포퓰리즘 자본주의'에서 분배와 국가 개입을 앞세운 '포퓰리즘 사회주의'로 옮겨가고 있다고 봤다.


중앙은행의 위상 변화도 뚜렷하다. 물가와 금리를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결정하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약해지고, 정부 입김에 따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시장에 돈을 대량으로 풀어 경기를 떠받치던 '양적완화'는 물러나고 대신 국채 금리를 특정 수준에 묶어두도록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하는 '수익률 곡선 통제'가 새 수단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국채 값을 떠받쳐 장기 금리를 억누르는 방식이다.


돈이 흘러가는 방향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풀어 경기를 자극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AI) 관련 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다.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도 교체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애플, 엔비디아 등 초대형 기술주 일곱 곳을 묶어 부르는 '매그니피센트 세븐'과 소수 투자자만 참여하는 비상장 투자였다. BofA는 앞으로는 시가총액이 작은 초소형주와 일반 투자자가 사고파는 상장 주식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와 기술의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와 사람의 노동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젊은 Z세대와 로봇이 채우고 있다. BofA 계열 연구기관은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첨단 로봇이 크게 늘어 2060년에는 전 세계 로봇 대수가 30억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 표현했듯 과거에는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금은 정부가 눈에 보이는 정책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오랫동안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달러 대신 금(金)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커지고 정치·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실물 자산인 금이 물가 상승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BofA는 이런 변화들이 하나로 모여 세계 경제가 여러 진영으로 쪼개지고 안보를 중시하며 물가가 쉽게 오르는 투자 환경으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 기대기보다 달라진 판을 신중하게 다시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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