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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풍이 만든 '따로 노는 증시'…개별 종목 롤러코스터, 2027년까지 간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7.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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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열기가 미국 증시 개별 종목의 주가 출렁임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무너질 위험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전략가 지테시 쿠마르는 지난 17일 낸 보고서에서 이런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탄탄하고 고용 시장이 견조하며 정부의 재정 정책도 증시를 떠받치고 있어 시장이 한꺼번에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투자자들이 AI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기업과 도태될 기업을 갈수록 뚜렷하게 구분하면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커지는 반면 종목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를 뜻하는 '상관관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호재나 악재가 터지면 대다수 종목이 함께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종목마다 제각기 움직인다는 뜻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런 종목 간 상관관계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기 이후 볼 수 없던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4년 이후 미국 증시 변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AI라고 규정했다. AI 기반 시설에 막대한 돈이 몰리면서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졌고 이 때문에 개별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크게 흔들릴지를 나타내는 '내재 변동성'이 유난히 높아졌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 개별 종목 변동성이 금리나 경기 같은 전통적 경제 지표와는 갈수록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전환점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2025년 9월 내놓은 실적 발표였다. 이 발표로 투자자들이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변동성 확대의 중심에는 반도체 기업이 있다. 반도체 업종은 2024년 초 이후 약 277%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투자자들이 막대한 상승 기대와 큰 불확실성을 동시에 반영하면서 내재 변동성이 급격히 치솟았다.


보고서는 기술 관련 업종이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 전체 변동성의 약 95%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이 업종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에 그치는데도, 지수를 흔드는 힘의 대부분을 기술주가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런 변동성이 AI 투자 사이클이 식기 전까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이후 S&P500 상위 50개 종목의 내재 변동성이 약 17.5포인트 올랐는데 이 가운데 62%가량은 기존 종목 자체의 변동성이 커진 데서 비롯됐고 나머지는 상위 종목으로의 쏠림과 지수 구성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모델에 따르면 개별 종목 변동성은 AI 투자 사이클이 성숙 국면에 접어드는 2027년 하반기는 돼야 낮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종목 간 상관관계가 낮은 상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역사적으로 종목 상관관계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고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신용 스프레드'와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신용 스프레드도 좁아 상관관계가 낮게 유지될 조건이라는 것이다.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시장 전체 상관관계를 낮추는 효과는 3~4%에 그쳐, 쏠림은 하나의 요인일 뿐 상관관계 급락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봤다.


거시 경제 위험은 억제돼 있지만 기술적 요인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식을 사지 않고 파생상품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합성 포지션'의 자금 조달 비용이 지난 5월 이후 가파르게 올라 보통 연말에나 나타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그 원인을 기관 투자자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익이 몇 배로 뛰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데다 헤지펀드가 반도체 주식에서 빚을 늘린 탓으로 봤다. 다만 여름철에 반도체주가 진정되고 개인 자금 유입이 줄면 이런 자금 조달 여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증시를 시장 구조 위험의 조기 경보로 지목했다. 레버리지 ETF의 빠른 성장, 한국과 일본 증시의 극심한 종목 쏠림, AI 관련주에서 비롯된 높은 변동성이 AI 사이클이 더 과열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신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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