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하루 만에 급격히 힘을 얻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13일(현지시간) 물가 지표가 다시 뜨겁게 나올 경우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계산이 뒤집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시장 참가자들의 베팅을 집계해 산출하는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이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9%, 인상될 확률은 41%로 나타났다. 하루 전 66%대 34%였고 한 달 전만 해도 동결 전망이 89%에 달했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즉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을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가격을 역산해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경로를 확률로 보여주는 지표다. 장중 한때 인상 확률이 50% 안팎까지 오르며 사실상 동전 던지기 수준까지 좁혀졌다.
월러는 뉴욕기업경제협회(NYABE) 행사 연설에서 통화정책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의 지출이 견조하고 고용도 안정적이어서 실물 경제 자체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물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물가는 2025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올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중동 분쟁이 원유와 원자재의 생산·운송을 교란하면서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근원 지수는 12개월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에서 5월 3.4%까지 올랐다. 연준의 목표치는 2%다.
월러는 관세나 유가 급등처럼 일회성 요인으로 물가가 뛰는 경우 중앙은행이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관행이지만 올해 나타난 근원 물가의 상승세는 그렇게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현재 수준의 통화정책으로는 물가를 2%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목표를 크게 웃도는데 고용은 완전고용에 가깝고 안정적이라면 어떤 정책 준칙을 대입해도 금리를 올리라는 답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가가 알아서 녹아내릴 때까지 매섭게 노려보고만 있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시점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월러는 이번 주 근원 물가 지표가 또 한 번 높게 나온다면 FOMC가 조만간 긴축, 즉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5~6개월간 물가 지표가 계속 위쪽만 가리켰다는 점을 지적하며 물가가 제대로 방향을 틀었다고 확신하려면 낮은 수치가 몇 달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임금발 물가 압력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그는 과잉 대응 위험도 경계했다. 연준은 2021년 물가 급등 초기에 대응이 늦어 뒤늦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러는 지난번에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반사적으로 긴축에 나서는 것은 지난 전쟁을 다시 치르는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 대응이 늦어지는 상황 역시 피해야 한다며 결국 앞으로 나올 지표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시장은 5년 전만큼 과열돼 있지 않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6bp(1bp=0.01%포인트) 넘게 오른 4.26%대에서 거래되며 2025년 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10년물 금리는 4bp 이상 오른 4.61%대, 30년물은 3bp 오른 5.10%대를 기록했다.
1년물 금리는 6bp 오른 4.12%로 2025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하며 시장이 앞으로의 금리 수준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
배경에는 중동 정세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흔들리며 양측이 주말 사이 공격을 주고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다시 도입하면서 유가가 뛰었다. 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연준은 지난달 16~17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3.5~3.75% 구간에서 동결했다. 지난주 공개된 6월 회의 의사록에서는 일부 위원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결국 동결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금리 결정은 이달 28~29일 회의에서 내려진다.
당장의 분수령은 14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유가 하락을 반영해 전체 물가는 전월 대비 둔화가 예상되지만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5일에는 기업 간 거래 단계의 물가를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온다.
같은 날 오후에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의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나선다. 17일에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발표된다.
(썸네일 사진 출처: CME Fed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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