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는 기대가 금리를 끌어내렸다.
미국 주택금융기관 프레디맥이 6월 18일 발표한 주간 조사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6.47%로 집계됐다. 한 주 전 6.52%에서 내렸고 1년 전 6.8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대출 방식으로 30년에 걸쳐 갚는 대신 매달 부담이 비교적 가볍다. 15년 만기 고정금리도 5.81%로 한 주 전 5.84%에서 소폭 내렸다.
금리를 움직인 직접적 계기는 중동 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6월 17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전 합의문으로 앞으로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맺기로 한 일종의 약속이다.
합의에는 이란의 핵개발 중단과 원유 수출 재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담겼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으로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통항이 사실상 막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 핵심 변수였다.
이 길목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유가가 빠르게 내렸다. 국제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는 6월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2.3%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물가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결국 금리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같은 주에 나온 물가 지표는 정반대로 금리를 밀어 올렸다. 6월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은 것은 3년 만으로 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7% 올랐고 1년 전보다 약 40%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는 2.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물가의 바탕이 되는 흐름 자체는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물가가 오르자 미국 중앙은행의 발걸음도 신중해졌다. 연방준비제도는 6월 17일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처음 주재한 회의로 12명의 표결 위원 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주목할 대목은 향후 금리 전망이다. 위원들의 금리 예상을 점으로 표시한 이른바 점도표에서 18명 가운데 9명이 연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3월만 해도 연내 인하를 점쳤던 분위기가 인상 쪽으로 뒤집힌 것이다. 위원 18명 중 17명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10월 안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6월 18일 4.44%대에서 움직였다. 모기지 금리는 통상 이 국채 수익률을 따라 움직인다.
주택 시장 지표는 엇갈렸다. 6월 16일 발표된 5월 신규 주택 착공은 연율 117만7000채로 한 달 새 15.4%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높은 금리가 건설업체의 발목을 잡은 결과다. 건설업체 심리를 보여주는 6월 주택시장지수도 35로 한 달 전보다 내렸다.
50을 넘어야 시장을 낙관하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인데 그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5월 기존 주택 판매는 한 달 전보다 3.2% 늘어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프레디맥은 소매 판매가 개선되고 매매 대기 물량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의 구매 의지가 완만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Freddie Ma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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