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6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목표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세 배 넘게 올린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새 목표가는 마이크론을 분석하는 월가 46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향후 12개월 안에 시가총액이 약 1조 8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장중 18%가량 급등해 최고 916.76달러를 찍었고 902.88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금요일 종가 751달러와 비교하면 단 하루 만에 20% 가까이 뛴 셈이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메모리·반도체 종목 대열에 합류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180%에 달한다.
이번 상향을 주도한 인물은 UBS의 티모시 아쿠리 애널리스트다. 그는 "장기 공급계약(LTA)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이 100달러를 안정적으로 웃돌 것"이라며 같은 기간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마이크론의 2027년·2028년·2029년 주당순이익을 각각 155달러, 167달러, 77달러로 새로 제시했다.
핵심 근거는 메모리 산업의 거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이 큰 대표적인 경기 민감 품목이었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이 늘면 곧바로 폭락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3~5년짜리 장기 공급계약을 메모리 업체와 직접 체결하고 있다.
가격을 현재 시세보다 조금 낮게 묶어두는 대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UBS는 업계 전체 서버용 DDR5 D램 물량의 60~70%가 이미 이런 장기계약으로 잠겨 있고 향후 일반 D램 물량의 30%까지 같은 방식으로 묶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쿠리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와 비슷한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는 통상 향후 12개월 이익의 35~40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마이크론은 이번 급등 직전까지 8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메모리가 AI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수급 측면도 우호적이다.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는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사실상 세 곳만 양산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2026년 HBM 생산 물량을 이미 전량 장기계약으로 판매 완료했으며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고객사가 요구한 중기 수요의 50~65%만 겨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 20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아이다호와 버지니아 공장 증설 등을 포함해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정치적 호재도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뉴욕 서퍼른 유세에서 "마이크론은 정말 대단하다.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텔에 이어 마이크론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형태로 직접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마이크론 주식을 5만~10만 달러 규모로 매수한 것으로 공시에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1100달러, 도이체방크는 100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950달러, 시티는 840달러, 미즈호는 800달러를 제시했다. 미즈호의 비제이 라케시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을 최선호주로 유지하면서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언제 해소될지 분명한 단서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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