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생산성 향상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미국 경제를 과열시켜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굴스비 총재는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인스티튜트 글로벌 콘퍼런스 패널 토론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외교협회의 세바스찬 말라비 선임연구원, 모자이크 벤처스의 베네딕트 에반스, 메나이 파이낸셜그룹의 조 크루즈 CEO가 함께 자리했고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가 진행을 맡았다.
굴스비 총재 발언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미치는 효과가 일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예상치 못하게 실제로 나타난다면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금리 인하 여력도 생기지만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생산성 향상을 가계와 기업이 미리 가정해 행동을 바꾸면 정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오늘의 부(富) 효과로 작용해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고 경제를 달군다는 것이다.
굴스비 총재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의 고평가에 기반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고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도 동시에 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생산성이 도착하기 전에 경제가 먼저 과열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은 전혀 자명하지 않고 오히려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기대가 커질수록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폭도 커진다는 논리다.
이 발언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에 대한 사실상의 견제로 받아들여진다. 워시는 AI가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만큼 연준이 금리를 낮게 유지할 명분이 있다는 입장을 펴왔다. 이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붐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반대했던 사례에 빗댄 주장이다.
굴스비 총재는 그린스펀이 옳았던 국면은 생산성 향상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되던 1995년식 상황이었을 뿐이며 시장 전체가 호황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1999년식 상황에서는 연준이 결국 금리를 올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금 미국 경제는 1995년보다 1999년에 가깝다는 것이다.
같은 패널에 참석한 캐시 우드 CEO는 굴스비 총재와 정반대 진단을 내놨다. 그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그로 인한 강한 디플레이션 압력 덕분에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굴스비 총재는 이에 대해 현재 거론되는 호황이 이미 검증된 기술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최근의 성능 향상이 같은 속도로 계속될 것이라는 외삽(外揚)에 기반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과거 기술 혁신들도 일정 단계에서 수확체감 구간에 진입했고 AI 역시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다.
굴스비 총재는 같은 날 콘퍼런스 직후 기자들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는 별개의 위험 요인도 짚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길어지면서 고유가가 굳어지고 산업용 화학제품 등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충돌 초기에는 단기적 유가 상승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 당시와 비슷한 강도의 공급망 압박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라기보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연준이 물가 안정 목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전월의 2.8%에서 가파르게 올랐고,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근원 PCE 물가도 3.0%에서 3.2%로 상승했다.
굴스비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에게 현재 금리 결정 투표권은 없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언급한 대로 연준 내부의 무게중심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능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사진 출처: 밀컨 인스티튜트 글로벌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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