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자체 물류망을 외부 기업에 통째로 빌려주는 신규 사업을 출범시키며 미국 운송·물류 업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아마존웹서비스(AWS)처럼 물류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을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시도다.
아마존은 4일 화물운송, 창고 보관, 주문처리(풀필먼트), 소포 배송에 이르는 자사 물류 인프라 전체를 외부 기업에 공개하는 '아마존 서플라이체인 서비스(ASCS)'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만 부분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의료, 자동차, 제조, 유통 등 모든 산업의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것이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지 않는 회사도 자사 직영몰이나 다른 플랫폼 주문 처리에 아마존 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ASCS가 활용하는 인프라는 미국 내 풀필먼트센터 200곳 이상, 트레일러 8만 대 이상, 철도·해상·도로를 오가는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인터모달 컨테이너 2만 4000개, 항공기 100대 이상이다.
서비스는 크게 네 갈래다. 해상·항공·육상·철도를 아우르는 화물운송, 대량 창고 보관과 유통, 주문처리, 그리고 주 7일 운영되며 2~5일 안에 배송이 완료되는 소포 배송이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수입 화물의 통관 대행도 포함된다. 기업은 supplychain.amazon.com에 접속해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 신청할 수 있다.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소비자 배송까지 보통 별개 업체가 나눠 맡는 단계를 한 회사가 통합 처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아마존은 자사 인공지능(AI) 수요예측 모델을 활용해 재고를 소비지 가까이에 미리 배치한 뒤 단거리로 보내는 방식을 쓰면 운송비를 기존 대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필먼트 통합 옵션을 쓴 판매자의 매출 전환율은 평균 20% 높아졌다는 자체 수치도 공개했다.
초기 고객으로 프록터앤드갬블(P&G), 3M, 랜즈엔드,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가 합류했다. P&G와 3M은 원자재와 완제품을 공장과 물류센터 사이에서 옮기는 데 아마존 화물망을 쓴다.
의류 브랜드 랜즈엔드는 여러 판매 채널의 재고를 아마존 창고 한 곳에 모아 관리하기로 했고 아메리칸이글은 자사 웹사이트 주문의 소포 배송을 맡기기로 했다. ASCS 사업 총책임자인 피터 라슨 부사장은 AWS가 클라우드 시장을 만든 것처럼 아마존이 수십 년에 걸쳐 다듬어 온 물류 인프라를 모든 기업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운송·물류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UPS는 10.47% 떨어진 96.31달러로 마감해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페덱스도 9.4% 하락한 357.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계약 물류 업체 GXO 로지스틱스는 13~14%, 포워드에어는 20% 넘게 떨어졌다. 운송 업종을 대표하는 다우존스 운송평균지수는 4.82% 하락한 19,605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정작 아마존 주가는 1.2% 올랐고 장중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모건스탠리의 라비 샹커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를 북미 화물운송 산업의 분수령으로 규정하면서 항공화물과 소포 배송 사업자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겠지만 트럭, 철도, 해운, 창고 사업자도 안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마존이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그대로 둔 채 ASCS를 출범한 점에 주목하며 기존 인프라만으로도 외부 수요를 받아낼 여력이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반면 시티는 점진적 변화일 뿐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물류 컨설턴트 마크 울프라트는 미 CNBC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자사 물량의 100%를 자체 처리할 수 있는 망을 완성하는 시점은 2029~2030년에 가까워 외부 수요 흡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GXO의 패트릭 켈러허 최고경영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계약 물류 시장의 약 70%가 여전히 기업 내부에서 처리되는 영역이라며 외부 위탁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고 반박했다.
또 아마존이 표준화된 자사 망에 접속할 권한을 파는 방식이라면 GXO는 고객사별로 맞춤형 솔루션을 설계해 주는 회사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페덱스가 6월 1일 화물 부문 분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사진 출처: 아마존 뉴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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