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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 17개월 만에 위축 전환…중동전쟁과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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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가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물가는 치솟고 성장은 멈춰선 모습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S&P글로벌이 6일 발표한 4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을 기록했다. 지난 3월 50.7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PMI는 기업 구매 담당자들을 상대로 신규 주문과 생산 등을 조사해 산출하는 경기 선행 지표로 50을 기준으로 그 위면 경기 확장 아래면 위축을 뜻한다.

 

특히 서비스업 충격이 컸다. 서비스업 PMI는 47.6으로 지난달 50.2에서 급락하면서 6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코로나19 봉쇄 직후인 2021년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반면 제조업 PMI는 52.2로 오히려 3월 51.6보다 올라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이는 기업들이 추가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을 우려해 미리 재고를 쌓아두려는 사재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신규 제조업 주문이 4년 만에 가장 빠르게 늘어난 점도 같은 맥락이다.

 

S&P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전쟁이 회복 흐름을 탈선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번 PMI 수치는 분기 기준 0.1% 정도의 소폭 GDP 감소를 시사하는 수준이지만 사태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아 침체가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국별로도 명암이 갈렸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은 모두 위축 국면에 빠졌고 독일과 프랑스의 민간 부문 활동은 1년여 만에 가장 빠르게 감소했다. 스페인은 2023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만 확장세를 유지했다.

 

물가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4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3월의 2.6%에서 더 올라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10.9% 급등하며 2023년 2월 이후 최대폭으로 뛴 영향이 컸다. 식품과 주류 담배 가격도 2.5% 올랐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2.2%로 전월 2.3%보다 소폭 둔화해 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더 오르는 2차 파급효과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생산자물가 역시 들썩였다. 3월 유로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3.4%, 전년 대비 2.1% 올라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에너지 부문 생산자물가가 한 달 새 11.1% 폭등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성장은 사실상 멈춰 섰다. 유로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기대치인 0.2%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0.2%에서 더 둔화한 수치다. 프랑스는 성장이 멈췄고 이탈리아 성장률도 0.2%로 하향 조정됐다. 독일만 인프라와 국방 재정 지출 확대에 힘입어 0.3% 성장하며 선전했다.

 

소비자와 기업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4월 유로존 경제심리지수(ESI)는 93.0으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마이너스 20.6으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용 기대도 큰 폭으로 후퇴했다. 다만 노동시장은 아직 견고해 3월 유로존 실업률은 6.2%로 전월 6.3%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ECB는 지난달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예금금리는 2.0% 주요 재융자금리는 2.15%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모두 강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였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논의됐다고 밝혔다.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등 일부 위원들은 6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ECB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CB가 일시적 물가 충격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베렌베르크 이코노미스트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동안 유로존과 영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로화 가치는 달러당 1.17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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