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물을 소비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는 AI가 물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경고하는 반면 연구자들은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과장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쓴다. 물을 증발시키면서 열을 빼앗는 '증발냉각' 방식이 가장 흔하다.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함께 날려보내는 원리로 전기 에너지를 덜 쓸 수 있지만 물 자체는 그대로 소모된다.
UC데이비스 토목환경공학과 제이 런드 명예교수는 최근 캘리포니아 내 AI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을 추정한 분석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에는 현재 약 1500만 평방피트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이 시설들이 증발냉각만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최소 3만2000에이커피트에서 최대 29만 에이커피트의 물을 소비할 수 있다. 에이커피트는 약 1233세제곱미터에 해당하는 부피 단위다.
런드 교수는 같은 주제를 챗GPT·클로드·제미나이·코파일럿 등 네 가지 AI에게 물어봤다. 네 모델의 추정치는 연간 약 2300에이커피트에서 40만 에이커피트까지 넓은 범위로 갈렸다. 중간값을 추리면 연간 약 2만 에이커피트 수준으로 수렴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연간 총 물 사용량인 4000만 에이커피트의 약 0.05%다. 캘리포니아 농경지 700만 에이커 중 1만~10만 에이커를 관개하는 정도다.
같은 시기 애리조나주립대 카일 물정책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는 다른 각도의 비교를 제시했다. 중부 애리조나 지역을 분석한 결과 맥주 등 음료·병입 시설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물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소장 사라 포터는 "수십 년간 도시 성장과 산업 발전이 있었음에도 농업이 여전히 가장 많은 물을 쓴다"며 데이터센터 문제를 더 넓은 맥락에서 볼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체 규모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직접 냉각에만 1400억 리터의 물을 사용했다. 같은 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인 3600테라와트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소비된 물까지 더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데이터센터는 냉각에만 170억 갤런의 물을 직접 소비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간접 소비된 물은 2110억 갤런으로 추산됐다.
기업별 데이터를 보면 규모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구글은 2024년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있는 단일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만 10억 갤런의 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오와주 전체 가정용 5일치 물 사용량에 해당한다.
구글이 운영하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2021년 43억 갤런에서 2024년 61억 갤런으로 늘었다. 메타의 경우 2024년 간접 물 소비량이 722억 리터였다. 투자자들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에 물 사용 현황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공시 수준은 제각각이다.
아마존은 총 사용량 대신 전력 단위당 사용량만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설별 데이터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물 사용량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순간 최대 수요다. UC리버사이드 연구팀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2026년 3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논문 제목은 '작은 병, 큰 파이프(Small Bottle, Big Pipe)'다. 연간 총 사용량은 적어보여도 가장 더운 날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끌어다 쓰는 물의 양은 지역 수도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2024년 수준의 물 사용 강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들이 새롭게 필요로 하는 수도 공급 용량이 하루 6억9700만~14억5100만 갤런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뉴욕시가 하루 평균 공급하는 물의 양인 약 10억 갤런과 맞먹는 규모다.
이 용량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은 100억 달러에서 최대 580억 달러로 추산됐다. 논문은 2026년 2월에만 대형 기술기업 세 곳이 버지니아·루이지애나·인디애나에서 수백만 갤런 규모의 수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도 인프라 비용이 1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력 사정도 만만치 않다. 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4150테라와트시로 전체 전력의 약 1.5%였다. IEA는 이 수치가 2030년에는 9450테라와트시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만 보면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보고서 기준으로 2023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은 전체의 4.4%였고 2028년에는 6.7~12%까지 오를 전망이다.
텍사스에서는 2025년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490억 갤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3990억 갤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최대 저수지인 미드호를 수면 기준으로 5미터 넘게 낮출 수 있는 양이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2024년 데이터센터가 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0%를 차지했다.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가 가뭄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캘리포니아 임페리얼 카운티에는 9만 평방미터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가 계획 중이다.
임페리얼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수원이 콜로라도강 하나뿐인데 그 강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임페리얼밸리 농업 지역은 2003년 이후 이미 910만 에이커피트 이상의 용수를 절감했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버리는 것이 아닌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2025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활용해 담수화나 탄소 포집에 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을 줄이고 물을 오히려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연구를 주목하고 같은 해 관련 정책 권고안을 발표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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