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정책금리는 연 3.50~3.75%로 유지됐으며 이번이 세 번째 연속 동결이다. 시장은 동결을 100% 확신했지만 이날 회의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온 이례적인 회의로 기록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성명에서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나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성명은 "중동 정세가 경제 전망에 높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8표, 반대 4표였다. 반대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스티븐 미런 연준 이사는 지금 당장 0.25%포인트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세 명은 금리 동결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성명에 포함된 '완화 편향' 표현에 반대했다.
완화 편향이란 다음 번 금리 조정이 인상이 아닌 인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신호를 뜻한다. 이번 성명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기를 고려함에 있어"라는 문구가 포함됐는데 여기서 '추가 조정'은 직전 조정이 인하였던 만큼 시장에선 다음 움직임도 인하일 것으로 해석한다.
매파 성향의 세 위원은 이 표현이 시기상조라고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회의는 물론 2027년 상당 기간까지 금리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책금리는 1년 전 4.25~4.50%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10월과 12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낮췄고 올해 1월과 3월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동결을 택했다. 이번 사이클 최고점은 2023년 7월의 5.25~5.50%였다.
이날 회의의 또 다른 핵심은 제롬 파월 의장의 거취였다. 파월 의장은 오는 5월 15일 의장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의장직은 내려놓지만 연준 이사회 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다. 앉아 있는 의장이 임기 종료 후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1948년 이후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자신이 이사직을 유지하는 이유를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독립성 침해 시도에서 찾았다. 법무부는 올해 1월 연준 본청 건물 리모델링 비용 과다 지출과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개시했다.
그는 이 수사가 금리를 내리지 않는 자신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수사 종결을 발표했지만 연준 감찰관의 보고에 따라 재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파월 의장은 이를 두고 "3개월간의 법적 공격이 내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며 법무부가 자신의 기준인 '완전한 투명성과 종결'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독립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며 "이 법적 공격들은 113년 연준 역사에서 전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사직을 유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에 새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차단된다.
한편 이날 오전 상원 은행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케빈 워시를 13대 11 찬반 표결로 통과시켰다. 전원 당파 노선에 따른 투표였으며 이는 연준 의장 후보가 위원회 표결에서 완전히 당파적으로 갈린 첫 사례다. 워시는 이제 상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5월 11일 주간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53석을 보유하고 있어 인준 통과는 사실상 확실시된다.
워시의 인준 일정은 법무부의 파월 수사가 직접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수사가 종결되지 않는 한 어떤 연준 의장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버텨왔다. 법무부가 지난 24일 수사 종결을 발표하자 틸리스가 반대를 철회하면서 위원회 표결이 가능해졌다.
민주당은 워시가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력에 굴복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금리 결정도 미리 정하거나 약속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으며 나 역시 그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인물로 연준이 2021~2022년 인플레이션에 늦게 대응한 것이 지난 40년 최대 정책 실수라고 비판해왔다. 워시가 의장이 되면 기준금리 외에 연준이 보유한 채권 규모 조정, 시장과의 소통 방식, 인플레이션 목표 체계 등 여러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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