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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기준 바꾸려는 새 연준 의장 지명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데?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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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20년간 유지해온 연준의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의 포석으로 읽고 있지만 월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워시 지명자는 21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이 오랫동안 기준으로 삼아온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대신 '절사평균(trimmed mean)'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뺀 나머지 품목으로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이며 연준이 2012년부터 공식 기준으로 써온 수치다. 

 

절사평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격 변동이 특히 크거나 작은 품목을 양쪽에서 잘라낸 뒤 나머지로 평균을 낸다. 워시는 "지정학적 변화나 쇠고기 가격 같은 일회성 요인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물가 흐름이 무엇인지가 관심사"라며 극단적 등락 요인을 모두 걷어내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현재 물가는 훨씬 낮게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절사평균 방식의 12개월 인플레이션은 평균 2.3%, 중앙값 2.4%다. 

 

반면 연준이 지금 쓰는 근원 PCE는 같은 시점에 3.0%를 기록했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이 6개월 연율 기준으로 집계한 절사평균 PCE는 이미 연준의 목표치인 2.0%에 도달했다는 수치도 나왔다.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 서류상 물가가 목표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워시가 사실상 금리 인하의 명분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는 워시가 현재의 목표 초과 인플레이션을 2021~2022년 당시 연준의 정책 실수가 남긴 유산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 아디티아 바베는 이 방식 전환을 청문회에서 나온 가장 명확한 완화 신호로 봤다. 

 

그는 "연준이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묵인하는 성향, 임금 상승 압력 제한,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고려하면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BofA는 워시가 9월까지 인준을 마친다는 전제 하에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바베는 이 전략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원 PCE는 식품·에너지를 아예 제외하지만 절사평균은 그렇지 않다. 식품·에너지 가격이 크게 뛰어도 그 충격이 '극단값'으로 잘려나가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 경우 다른 품목이 대신 절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평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바베는 "이는 공급발 일회성 가격 인상을 묵인하겠다던 워시 자신의 발언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도 2019년과 2020년에는 절사평균 인플레이션이 근원 PCE를 웃돌았고 이 경우 더 강한 긴축을 정당화하는 수치가 됐다. 바베는 "신뢰를 지키고 숫자 고르기라는 오해를 피하려면 새 지표가 근원 PCE를 앞지르는 순간에도 그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시는 인플레이션 지표 외에도 여러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 즉 연준이 향후 금리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관행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현재는 연 8회 열리는 모든 FOMC 회의 이후 의장이 기자들과 만나는 방식이다. 워시는 이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너무 자주 발언한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포워드 가이던스 폐기는 시장이 연준의 다음 수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UBS의 폴 도노반은 "시장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인준 절차 자체도 순탄치 않다. 최대 변수는 같은 공화당 소속인 상원의원 톰 틸리스다. 그는 법무부가 현 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형사 수사를 종료하지 않으면 워시 인준안을 위원회에서 막겠다고 선언했다. 

 

법무부 수사는 파월이 연방의회에서 연준 본부 청사 공사비 관련 증언을 허위로 했다는 혐의에서 비롯됐다. 연방 판사 제임스 보스버그는 지난달 수사용 대배심 소환장 발부를 막으며 "이것이 연준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증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비난했다. 청문회 다음 날 법무부 검사 지네 피로는 항소의 뜻을 밝혔다.

 

틸리스는 올해 말 상원의원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잃을 것이 없는 상태다. 존 툰 상원 다수당 대표는 "행정부가 수사를 마무리해줘야 워시를 위원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현실적인 발언을 내놨다. 

 

현재 예상으로는 상원이 5월 4일 주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본회의 표결은 빨라도 5월 11일께가 될 전망이다. 파월은 이사회 임기가 2028년까지 남아 있어 수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는 워시의 개인 재산과 독립성 문제도 쟁점이 됐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워시의 재산 규모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공화당 존 케네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워시는 "대통령은 어떤 금리 결정도 사전에 요구한 적이 없었고 나도 그런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워시가 인준되면 역대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연준 의장이 된다. 그는 취임 전 보유 금융자산을 전부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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