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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미국, 무역협정 재검토 앞두고 날 선 신경전

  • 고건 기자
  • 입력 2026.04.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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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 재검토를 두 달여 앞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캐나다 총리는 대미(對美) 의존을 '약점'으로 규정하며 탈피를 선언했고 미국 상무장관은 캐나다의 무역 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4월 19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캐나다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 관계가 이제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으로 관세를 끌어올리며 무역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지적하면서 하나의 외국 파트너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에서 비롯되는 혼란을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캐나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는 이를 위한 대응책으로 '캐나다 스트롱(Canada Strong)'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1조 캐나다달러(약 10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현재 주(州)별로 나뉜 13개 경제권을 하나의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하며 새로운 무역·에너지 물류망을 구축하고 청정에너지 생산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카니 총리는 비(非)미국 수출을 10년 안에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인도·일본·호주 등 인도태평양 주요국과의 무역 다변화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이 영상 메시지가 나오기 이틀 전인 4월 17일, 미국 측에서 먼저 날을 세웠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언론매체 세마포(Semafor) 주최 경제 서밋에서 캐나다의 무역 전략을 최악의 전략이라고 단언했다. 

 

발단은 캐나다의 전직 수석 무역협상가 스티브 버휼이 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시간은 캐나다 편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루트닉 장관은 이 발언에 반박하면서 미국은 30조 달러(약 4경 100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소비 경제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쪽이 불리한 것은 캐나다라고 주장했다.


루트닉 장관은 카니 총리가 최근 중국을 방문해 무역 다변화를 모색한 것도 문제 삼았다. 중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라 캐나다 상품을 대량 구매할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카니 총리가 중국에서 돌아와 중국산 전기차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무부 대변인은 루트닉 장관의 발언 가운데 일부가 문맥에서 벗어나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캐나다의 전략에 대한 비판 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두 나라가 이처럼 충돌하는 핵심 배경에는 오는 7월 1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한국에서는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림) 공동 검토가 있다. 

 

USMCA는 2020년 발효된 북미 3국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연간 약 2조 달러(약 2750조 원) 규모의 교역을 규율한다. 협정 조항에 따라 발효 6주년인 올해 7월 1일에 3국이 공동으로 협정 이행을 평가하고 16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루트닉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 USMCA를 나쁜 합의라고 본다며 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때 직접 서명한 협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루트닉 장관은 멕시코를 향해서도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해 미국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구조는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이끄는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4월 7일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협상 일정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7월 1일까지 모든 쟁점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안을 그때까지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리어 대표는 또 6월 1일까지 의회에 협정 관련 미국 측 입장을 공식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3국이 7월 1일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협정에서 탈퇴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그 경우 탈퇴까지 10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그리어 대표는 이 탈퇴 절차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캐나다와의 공식 협상은 5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의 주요 쟁점으로는 캐나다의 유제품 공급 관리제(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할당제로 통제하는 농업 정책)를 둘러싼 갈등이 꼽힌다. USTR의 2026년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치즈에 245%, 버터에 298%에 달하는 초과 할당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미국산 유제품의 시장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또한 캐나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입찰을 제한하는 규정도 미국이 문제 삼는 사안이다.


미국 상원에서도 협정을 둘러싼 움직임이 있었다. 4월 16일 양당 상원의원 40여 명이 그리어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기존 USMCA의 조건을 충실히 이행해 미국 농업의 시장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농산물 수출 규모는 176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수준이며 캐나다와 멕시코는 그 핵심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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