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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못 낳는 시대, 난임 치료 시장은 오히려 커진다?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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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심화되는 가운데 난임 치료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만혼과 고령 출산, 가족 형태 변화가 맞물리면서 난임 치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난임이 더 이상 제한된 의료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생식의학회(ASRM) 산하 보조생식기술학회(SART)가 2024년 통계를 공개했다. 전국 회원 클리닉에서 시행된 체외수정(IVF·시험관 시술) 사이클은 44만9772건이었고 이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총 10만158명이다. 

 

2022년 9만1771명, 2023년 9만5860명에서 꾸준히 늘더니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한 해 IVF 출생아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난임 치료가 하나의 보편적 의료 수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난임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83억7000만 달러로 추산되며 2034년에는 197억2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9.1%다. 글로벌 IVF 시장도 2023년 253억 달러에서 2030년 374억 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조사기관 투워즈헬스케어는 글로벌 난임 시장 전체가 2024년 365억7000만 달러에서 2034년 870억5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난임 시장은 이미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임 치료는 시술에 그치지 않고 난자동결, 배아 보관, 유전자 검사, 약물, 기업 복지 서비스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보험 제도도 점진적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현재 25개 주와 워싱턴 D.C.가 난임 관련 보험법을 두고 있고 이 가운데 15개 주와 D.C.는 IVF 보장 조항까지 포함한다. 

 

2025년에는 캘리포니아가 대형 단체 보험에 IVF를 의무 적용하는 법을 시행하며 15번째 IVF 보장 주가 됐다. 조지아는 IVF 시술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했고 테네시는 난임 치료와 피임에 관한 접근권 보호법을 새로 제정했다. 연방 차원에서는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2024년에도 의회 통과에는 실패했다. 

 

관련 기업 실적도 성장 흐름을 뒷받침한다. 직원 복지 차원의 난임 혜택을 기업 고객에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 프리지니(나스닥: PGNY)는 2025년 연간 매출 12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대형 고객사 한 곳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 고객사 매출을 제외한 실질 성장률은 20%에 달했다. 

 

프리지니는 2025년 한 해 동안 신규 고객사를 80곳 이상 추가했고 갱년기·산후 지원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4분기 매출은 3억18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고 연간 영업현금흐름은 2억102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배아나 태아의 유전자 이상을 사전에 확인하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와 비침습적 산전 검사(NIPT) 등을 제공하는 나테라(나스닥: NTRA)는 2025년 연간 매출 23억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9% 급증한 수치다. 연간 처리 검사 건수는 352만5500건으로 1년 전보다 15% 이상 늘었고 4분기 매출만 6억65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했다. 

 

나테라는 단일 유전자 이상을 비침습적으로 검사하는 '피탈 포커스' 패널도 개발 중으로 21개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고위험 임신 관리 시장도 추가로 열린다.

 

난임 시술 기기와 배양액 등 실험실 소모품을 공급하는 쿠퍼컴퍼니스(나스닥: COO) 산하 쿠퍼서지컬은 2025 회계연도를 시장 기대치 상단에서 마감했다. 쿠퍼컴퍼니스는 8분기 연속으로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으며 2026년을 난임 사업 측면에서 더 강한 한 해로 내다봤다.

 

난소 자극 주사제 폴리스팀 AQ를 보유한 오가논(뉴욕증권거래소: OGN)은 2025년 2분기 난임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으나 4분기에는 6% 줄었다. 연간 전체 매출은 62억 달러였다. 난임이 단기 테마가 아니라 장기 성장 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에도 시장 확대는 예상되는 수순이다. 정부는 2024년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했다. 이전에는 건강보험료 기준 일정 소득 이하 부부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득과 관계없이 건강보험 가입 부부라면 누구든 지원 대상이 된다. 지원 횟수도 출산당 총 25회로 확대됐다. 

 

체외수정은 신선 배아와 동결 배아 시술을 합쳐 20회, 인공수정은 5회다. 난임 시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횟수 확대는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준다.

 

2026년부터는 지원이 더 구체화됐다. 난임 시술비 지원 신청 때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지원결정통지서의 유효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이 통지서는 유효기간 안에 시술을 시작해야 지원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간이 짧으면 몸 상태나 일정에 따라 시술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난임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필수 가임력 검사 지원 인원도 2025년 기준 20만1000명에서 35만90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는 전국 11개소에서 13개소로 확충된다. 난임 치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진단, 시술, 약제, 관련 서비스 전반의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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