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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1분기 실적 '쇼크'…재고 5만대, 에너지 사업도 부진

  • 고건 기자
  • 입력 2026.04.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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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2026년 1분기(1~3월) 생산·인도 실적을 공개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판매량에 더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재고 적체가 확인됐고 최근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에너지 저장 사업마저 크게 꺾였다.

 

테슬라는 지난 4월 2일 공식 발표를 통해 1분기 차량 생산량이 40만 8,386대, 인도량이 35만 8,023대라고 밝혔다. 생산량과 인도량의 차이는 5만 363대로 이 물량이 그대로 재고로 남았다. 분기 단위로 이처럼 많은 차량이 팔리지 않고 쌓인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인도량 자체도 기대에 못 미쳤다. 테슬라가 집계한 월가 평균 전망치는 36만 5,645대, 독립 리서치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의 추정치는 37만 대였는데, 실제 수치는 이를 각각 7,600대, 1만 2,000대가량 하회했다. 전 분기인 2025년 4분기(41만 8,227대)와 비교하면 14.4% 줄었다. 

 

1년 전 같은 기간(33만 6,681대)보다는 6.3% 늘었지만 해당 시점은 2025년 1분기가 모델Y 부분변경 전환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 겹쳤던 때라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발표 당일 테슬라 주가는 5.43% 하락해 360.56달러에 마감했다. 2026년 들어 가장 큰 단일 거래일 하락폭이었고, 연초 대비 낙폭은 약 20%로 벌어졌다.


차량 부문 못지않게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에너지 저장 사업이었다. 테슬라는 이 사업 부문에서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과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설에 쓰이는 '메가팩', '메가블록' 등을 생산한다. 

 

1분기 에너지 저장 설비 배포량은 8.8기가와트시(GWh)로 시장 전망치인 14.4GWh에서 38.9% 부족했다. 2025년 4분기의 기록적 수치인 14.2GWh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에너지 사업은 차량 판매가 부진했던 지난 1년간 테슬라의 실질적인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 부문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참여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였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 효율화를 명목으로 대규모 연방 공무원 감축을 주도한 'DOGE(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았다. 여기에 독일 극우 정당 AfD 지지, 영국 반이슬람 활동가 지지 발언 등이 더해지며 유럽과 미국에서 조직적인 불매 운동이 번졌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없었다면 테슬라 판매량이 최소 67%에서 최대 83%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에서는 2025년 초부터 13개월 연속 등록 대수가 감소했고 주요 5개국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44% 줄었다. 독일에서만 50% 이상 감소했다.

 

미국에서도 악재가 겹쳤다. 연방 정부가 신차 구매 시 제공하던 7,500달러(약 1,000만 원)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5년 9월에 폐지했다. 수요를 떠받쳤던 정책 지원이 사라지자 테슬라는 가격 인하와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동원해 판매를 유지하려 했고 이는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졌다.


실적 발표 후 월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JP모건 체이스의 분석이었다. 수석 자동차 애널리스트 라이언 브링크만은 4월 6일 테슬라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145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주가(약 352달러) 대비 60% 하락을 의미하는 수치로 주요 대형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브링크만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0.43달러에서 0.30달러로 낮추고 연간 EPS 전망도 2.00달러에서 1.8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부 강세론자들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봤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이다. 테슬라는 2월에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1호기를 생산했고 4월부터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S·X 생산 라인을 걷어낸 자리에는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조립 라인이 들어서고 있다. 머스크는 작년 9월 "테슬라 기업 가치의 약 80%는 옵티머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기업에 부여하는 가치 배수)은 약 335배로, 같은 업종 중간값을 크게 웃돈다. 일반 완성차 업체들의 PER이 통상 10~20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에는 자율주행·로봇 사업의 대규모 성공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경쟁에서는 테슬라가 1분기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1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31만 3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2026년부터 전기차 구매세 면제를 폐지하고 5%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보조금 구조도 바뀌며 중국 내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BYD는 순수 전기차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전체 신에너지차 판매량에서는 69만 5,772대를 기록해 테슬라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 내수 외에도 헝가리에 현지 생산 공장을 열며 유럽 직접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하반기 경쟁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테슬라의 다음 고비는 4월 22일 예정된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영업이익·매출 포함)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가 사이버캡 양산 현황, 옵티머스 출하 일정, 유럽 자율주행 규제 승인 등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주가 방향을 가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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