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크루즈 사업의 아시아 거점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3월 10일 싱가포르에서 역대 최대 선박 디즈니 어드벤처함이 첫 출항을 마쳤고 3월 24일에는 도쿄디즈니리조트 운영사인 오리엔탈랜드(OLC)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본 내 디즈니 크루즈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오리엔탈랜드크루즈'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디즈니가 크루즈를 새 성장 축으로 삼은 것은 수년 전부터지만 아시아 현지 운영 구조가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디즈니 어드벤처는 디즈니 크루즈 역대 최대 선박이다. 총톤수 20만8000GT(선박의 전체 내부 공간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존 최대 선박이던 디즈니 위시(14만4000GT)를 크게 앞선다. 길이 342m에 선실 2111개, 최대 승선 인원 약 6000명 규모다.
원래 중국 젠팅 홍콩 산하 드림크루즈 브랜드를 위해 2018년 건조를 시작한 선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모회사의 재정 붕괴를 불러왔고 디즈니는 2022년 완성도 60~80% 수준의 미완성 선체를 약 4000만 유로에 인수했다. 이후 독일 마이어베르프트 조선소에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됐고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이 내부 설계를 전면 재구성하는 데 총 약 20억 달러가 투입됐다.
선박 내부는 마블 랜딩, 토이스토리 플레이스, 빅히어로6의 배경 도시를 테마로 한 산프란소쿄 스트리트 등 디즈니·픽사·마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7개 테마 구역으로 구성됐다. 세계 최초 해상 롤러코스터도 탑재했다. 디즈니 어드벤처는 싱가포르 관광청과의 계약에 따라 2031년까지 최소 5년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크루즈센터를 거점으로 삼는다.
운항 방식은 '크루즈 투 노웨어(cruise to nowhere)'다. 어떤 항구에도 기항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출발해 3박 또는 4박 일정으로 해상을 순항한 뒤 되돌아오는 구조다. 디즈니가 아시아에 크루즈 선박을 연중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별도 법인 설립도 같은 날 발표됐다. OLC는 이날 오는 4월 3일을 목표로 오리엔탈랜드크루즈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자본금은 4억5000만 엔(약 28억원)이며, 도쿄디즈니리조트 임원 시이바 료타로가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선박은 디즈니 위시 계열(위시클래스)을 기반으로 일본 선박 등록 기준에 맞게 새로 설계하며, 독일 마이어베르프트에서 건조한다. 건조 착수는 2026 회계연도 하반기(2026년 10월~2027년 3월)로 예정됐고 서비스 개시는 2028 회계연도 내를 목표로 한다.
OLC는 "크루즈 사업의 사업화를 가속하고 미래 선박을 전문적이고 기동성 있게 운영·관리하기 위한 자회사"라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공시에 선박을 복수(ships)로 표현한 점도 눈에 띄며 시장에서는 1척 이상의 추가 발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디즈니리조트 자체가 디즈니가 소유권을 갖지 않고 OLC에 운영권을 라이선스하는 구조인데, 크루즈 사업도 동일한 방식을 따른다. OLC가 선박 소유·금융·운영을 담당하고 디즈니는 IP와 콘텐츠 설계에 참여하는 형태다.
이 같은 확장의 배경에는 크루즈 부문이 만들어내는 실적이 있다. 디즈니는 2월 2일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0~12월) 실적을 발표하며 경험(Experiences) 부문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디즈니는 이 부문 실적 개선의 주요 동인으로 크루즈 승선일 증가와 1인당 지출 확대를 명시했다. 국내 테마파크(6.9억 달러), 해외 테마파크(1.75억 달러)에 이어 크루즈가 실질적 성장 기여원으로 확인된 것이다. 경험 부문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46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2%였다. 같은 분기 엔터테인먼트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급감했다.
디즈니 크루즈의 선단 확대 계획도 구체적이다. 디즈니는 2031년까지 전체 선단을 현재의 약 두 배 수준인 13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일본용 신규 선박이 완공될 경우 선단은 더 커진다.
전통적으로 크루즈가 중장년층의 장기 체류형 여행 상품으로 인식돼 온 것과 달리 디즈니는 가족 단위를 겨냥한 단기 체험형 상품으로 시장을 새로 정의하고 있다.
바하마 전용 섬 캐스타웨이 케이와 2024년 새로 연 룩아웃 케이 앳 라이트하우스 포인트처럼 선박 위 소비를 전용 목적지의 식음료·체험·상품 판매까지 연결하는 구조도 수익 모델의 핵심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전용 항구가 그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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