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닌텐도 신작 포켓몬 게임의 커버 이미지를 무단으로 활용한 정치 홍보물을 올렸다가 포켓몬컴퍼니 인터내셔널의 공개 항의를 받았다. 게임사는 "허가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은 별다른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논란은 3월 5일 시작됐다.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이 닌텐도의 신작 '포켓몬 포코피아' 커버 아트를 모방한 형식에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문구와 번개 이모지를 얹은 게시물을 인스타그램과 X에 올렸다. 피카츄를 연상시키는 번개 이모지는 MAGA 캡션과 함께 포켓몬 세계관을 정치 구호와 직접 연결했다.
포켓몬컴퍼니 인터내셔널은 즉각 성명을 냈다. 회사 측은 자사 브랜드와 연관된 이미지가 포함된 소셜 콘텐츠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게시물의 제작이나 배포에 어떤 형태로도 관여하지 않았고 지식재산 사용 허가도 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며 이 미션은 어떤 정치적 관점이나 의제와도 연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 사안에 대해 별도의 해명문을 내지 않았고 기존 소셜미디어 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미 국토안보부(DHS)는 불법 이민자 단속을 홍보하면서 포켓몬 애니메이션 오프닝 주제곡 "Gotta catch 'em all"을 허가 없이 사용했고 단속 대상자들의 이름을 포켓몬 카드 형식으로 나열한 영상도 제작했다.
당시에도 포켓몬컴퍼니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허가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동일한 성명을 발표했다.
포켓몬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 소셜미디어에서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아티스트나 기업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월 10일에는 백악관이 전투기가 함선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군사 영상에 팝 가수 케샤의 곡 "Blow"를 배경음악으로 얹은 틱톡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1,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케샤는 폭력을 조장하는 데 자신의 음악이 사용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아티스트들이 항의할수록 조회수만 올라간다며 맞받아쳤고, 영상은 삭제되지 않았다.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미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단속 홍보 영상에 라디오헤드의 곡 "Let Down"을 무단으로 사용하자 밴드 측은 즉각 삭제를 요구하는 강경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에 대한 미군 공습 직후에는 백악관 소셜미디어에 실제 미사일 공격 영상과 1인칭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 클립을 혼합한 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퍼블리셔인 액티비전(마이크로소프트 산하)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아이작 헤이즈 유족만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법적 대응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유족은 트럼프 측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사용 금지 명령을 이끌어냈고, 올해 2월 금전적 합의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무단 사용의 구조를 보면 정부가 허가 없이 대중적인 콘텐츠를 사용하고 저작권자가 항의한다. 그 항의가 다시 화제가 되면서 원래 게시물의 노출이 늘어난다. 백악관 측은 이 흐름 자체를 역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가 항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소송 외에는 뚜렷한 제동 수단이 없는 구조다.
포켓몬의 경우 게임·애니메이션·카드·완구·라이선스(타사에 캐릭터 사용 권한을 부여하고 수익을 얻는 계약) 사업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식재산이다.
특정 정치 구호와 결합되는 순간 브랜드가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되고 이는 전 세계 다양한 시장에서 유지해온 중립적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포켓몬이 법적 대응 여부와 무관하게 빠르게 공개 성명을 낸 이유다. 현재까지 포켓몬컴퍼니가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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