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구글에 또다시 대규모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에는 검색이 아니라 광고 기술이다. EU 집행위원회는 9월 5일 구글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29억5천만 유로, 약 34억5천만 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일 기업을 상대로 한 디지털 시장 제재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다.
EU가 문제 삼은 것은 이른바 ‘애드테크(adtech)’ 사업 구조다. 애드테크는 웹사이트 운영자와 광고주를 자동으로 연결해 광고를 사고파는 기술과 플랫폼을 뜻한다.
사용자가 뉴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에 광고 입찰이 이뤄지고 가장 높은 값을 제시한 광고가 노출된다. 이 과정을 중개하는 서버와 교환 시스템, 입찰 도구를 구글이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쟁점이었다.
집행위는 구글이 자사 광고 서버와 광고 교환 플랫폼을 묶어 운용하면서 경쟁사 도구보다 자사 시스템을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운영자가 광고를 판매할 때 구글의 광고 교환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선택되도록 구조를 짰고 다른 경쟁 플랫폼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EU는 이러한 구조가 광고 단가와 수수료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구글은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자사 광고 기술은 시장 경쟁 속에서 발전해온 결과이며 광고주와 퍼블리셔에게 효율성과 수익을 동시에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EU 결정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판단이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제재는 구글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압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는 검색 시장 독점과 관련한 법원 판단이 최근 나왔고 유럽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중심으로 빅테크의 플랫폼 운영 방식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광고 기술은 구글 매출의 핵심 축이다. 검색 광고와 유튜브 광고가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광고 거래 구조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온라인 광고 생태계는 일반 소비자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료 웹서비스는 광고 수익으로 운영된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광고주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이나 관심사에 맞춰 광고를 노출한다.
이때 누가 광고를 중개하고 어떤 순서로 노출을 결정하는지가 막대한 수익 차이를 만든다. EU는 구글이 이 중개 구조를 사실상 통합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본 셈이다.
이번 벌금은 추가적인 시정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U는 과징금과 별도로 구글이 광고 기술 운영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도 병행하고 있다.
특정 서비스 간 데이터 연계 방식이나 자사 우대 알고리즘을 바꾸라는 주문이 뒤따를 경우 사업 모델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미 구글이 유럽과 미국에서 규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왔다. 과징금 규모가 크지만 구글의 연간 매출과 현금 흐름을 고려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광고 기술 사업에 대한 규제가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마진 구조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U는 최근 몇 년간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잇따라 제재를 가해 왔다. 디지털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거나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를 강하게 규율하겠다는 기조가 분명하다.
구글은 항소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럽 사법 체계상 최종 판단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구글은 광고 사업 구조를 방어하는 동시에 AI 기반 검색과 클라우드 등 다른 성장 동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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