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4월 23일(현지시간)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과 메타에 각각 5억 유로와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본격 시행된 DMA에 따른 첫 실질 제재다.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이후에도 법이 요구한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럽은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가장 앞서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유럽은 이미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데이터 보호 기준을 높여 왔다. DMA는 이와 별도로 경쟁 질서를 중심에 둔 법으로 플랫폼이 자사 생태계를 통해 수수료나 광고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에 직접적인 제동을 건다.
DMA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자사 서비스 우대나 경쟁 제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앱 장터, 검색, 소셜네트워크처럼 시장 접근의 관문 역할을 하는 사업자가 대상이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집행위는 애플이 앱스토어 운영 과정에서 개발자들의 외부 결제 안내를 사실상 막았다고 봤다. 개발자가 앱 내에서 더 저렴한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하거나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른바 ‘반(反)유도(anti-steering)’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거나 대안 경로를 차단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집행위는 애플이 형식적으로 일부 변경을 했지만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외부 결제를 안내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그간 사용자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사 결제 체계를 유지해 왔다. 회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규제 당국과 계속 협력해 왔으며 법 해석에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집행위는 사용자 보호 논리가 개발자의 선택권 제한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메타에 대한 제재는 ‘추적을 허용하거나 아니면 돈을 내거나’ 방식의 광고 모델과 관련됐다. 메타는 유럽 이용자에게 개인화 광고를 허용하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하면 유료 구독을 선택하도록 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집행위는 이 방식이 실질적인 자유 선택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봤다. DMA는 플랫폼이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광고 타기팅에 활용할 때 명확하고 자유로운 동의를 요구한다. 집행위는 이용자가 광고 추적을 거부해도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메타는 이를 반박하며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행위는 유료 구독을 사실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는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메타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DMA는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그동안은 조사와 의견 교환 단계에 머물렀다. 집행위는 이번 판단이 법 적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다른 플랫폼들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과징금 규모는 두 회사의 연간 매출 대비 크지 않지만 반복 위반 시 더 강한 제재가 가능하다. DMA는 구조적 조치, 즉 사업 분리나 서비스 구조 변경까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집행위는 이번 결정 이후 시정 조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DMA로 인한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가 가능하다. 애플과 메타는 각각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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