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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뒤집힌 주도권…월가, 성장주 떠나 가치주로 이동

  • 고건 기자
  • 입력 2026.02.1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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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대 강세를 기록했다. 2월 17일 기준 S&P500 가치주를 추종하는 iShares S&P 500 Value ETF(IVE)와 성장주를 추종하는 iShares S&P 500 Growth ETF(IVW)의 수익률 격차는 최근 수년 중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시장 내부에서는 이를 자금의 대이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시장의 중심에는 대형 기술주가 있었다. AI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센터 확장,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가 실적 기대를 끌어올렸다. 주가는 미래 수익 증가 전망을 선반영하며 빠르게 상승했다. 주요 성장주의 주가수익비율은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됐다. 

 

미래 실적 가정이 가격에 깊이 반영된 상태에서는 자연히 정책 변수와 금리 수준이 시장 판단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대 중반에서 형성돼 있다. 금리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할인율이 높은 구간에서는 장기간 이후에 실현될 이익의 가치가 낮아진다.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는 수년 뒤 실적 확대를 기반으로 평가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금융, 에너지, 산업재 기업은 현재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비중이 높다. 금리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이들 기업의 실적 가시성이 투자 판단에 직접 반영된다.


경기 지표 흐름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활동은 확장 구간에 위치해 있으며 소비 지출은 둔화 조짐 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설비투자와 에너지 수요, 금융 거래 활동이 유지된다. 산업재와 에너지, 금융 업종의 실적은 이러한 경제 활동과 직접 연결된다.


포트폴리오 내 쏠림 현상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자산 배분 구조에서 대형 기술주 비중은 크게 확대돼 있었다. 자산군 내 비중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ETF를 통한 패시브 자금 흐름이 이러한 이동을 확대했다.


정책 불확실성 역시 투자 선호도에 반영됐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인선과 정부 예산 협상, 관세 정책에 대한 대법원 판단 때문이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기업의 원가 구조와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최종적인 정책 방향이 확정되기 전까지 현금흐름이 명확한 기업에 대한 선호가 강화됐다.


다른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너지 기업의 실적은 국제 원자재 가격 흐름과 연결돼 있다. 유가는 지정학적 변수와 수급 조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정유 및 생산 기업의 이익은 가격 수준에 따라 단기적으로 반영된다. 

 

은행과 보험사는 금리 수준과 대출 수요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결정된다. 산업재 기업은 인프라 투자와 기업 설비투자 확대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다. 이들 업종은 이익 구조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되는 특성을 지닌다.


AI 관련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자체 칩 설계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해당 투자는 장기 생산성 향상과 연결되지만 현재 시장은 단기 현금흐름과 장기 성장 기대를 구분해 평가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 격차 확대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조정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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