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AI 열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2월 17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향후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 종목 간 격차 확대, 시장 구조의 분절을 특징으로 하는 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시장을 지배했던 AI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정 기술 서사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던 국면이 종료되면서 개별 기업의 재무 상태와 사업 경쟁력, 경영 역량이 주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인식이다.
지난해에는 AI 관련 기업 전반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졌으나 현재는 자본 지출 규모와 수익 창출 속도, 현금흐름 안정성에 따라 주가가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엘에리언은 앞으로 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종목 간 격차가 뚜렷해지며 시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분절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일 업종 안에서도 실적 기반이 탄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있으며 상장지수펀드나 알고리즘 매매에 따른 기계적 매도세가 유입되면 실적이 양호한 기업 주가도 동반 하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를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양질의 자산도 저평가되는 ‘레몬 시장’ 현상에 빗대 설명했다.
금리 전망도 제시됐다. 그는 올해 하반기 미국 국채 금리가 4%에서 4.5% 범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수준은 상단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장기 금리가 이 구간에 머물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며 가계의 주택 구매 부담이 확대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행정부가 모기지 부담을 우려하며 장기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정책 수단을 검토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기 금리를 목표 수준에 묶어두기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통제 정책이 다시 거론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시장 불확실성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도 지목했다. 과거에는 국가 간 통합 확대와 규제 완화,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한 공통된 정책 기조가 존재했었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각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연결되고 자본 이동이 확대되는 흐름이 시장의 기본 전제였지만 현재는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긴장, 국내 정치 변수들이 경제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산업 정책과 공급망 재편, 전략 산업 보호 조치가 기업 투자와 무역 흐름을 좌우하는 양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거시 변수에 의존한 일괄적 투자 전략이 효율을 잃고 있다며 특정 섹터나 지수를 통째로 매수하는 방식보다 기업별 재무 건전성과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 경영진의 실행 능력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부채 구조가 관리 가능한 기업이 변동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엘에리언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과거와 다른 규칙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일한 성장 서사에 의해 자산 가격이 동조화되는 시기가 종료되고 있으며 정책 결정과 지정학적 변수, 산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시장 변동성은 앞으로도 이전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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