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가 경기 부양 강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정책 조합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기관 TS 롬바드는 2월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확대, 은행 규제 완화, 신용 정책을 동시에 활용해 이른바 ‘경기를 뜨겁게 돌리는(run the economy ho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단기 성장률 반등 가능성과 함께 물가 압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다리오 퍼킨스는 이번 정책 방향을 1970년대 초 영국에서 발생했던 ‘바버 붐’에 비유했다. 바버 붐은 1972년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앤서니 바버가 대규모 감세와 재정 확대를 통해 단기간 경기 급반등을 유도했던 정책을 의미한다.
당시 영국 경제는 약 2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후 물가 급등과 금융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며 급격한 조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TS 롬바드는 현재 미국 정책 구성이 이와 유사한 단기 부양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TS 롬바드가 주목한 첫 번째 축은 재정 정책이다. 보고서는 2026년에 미국의 재정 정책이 본격적으로 확장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감세 조치의 연장과 추가 재정 지출이 결합되면서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최소 1%포인트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는 정부가 세금 감면과 지출 확대를 통해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에 남겨주는 돈이 늘어나고 공공 부문 지출이 커지면서 경제 전체의 수요가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관세 정책과 연계된 환급 아이디어도 언급됐다. TS 롬바드는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한 환급이나 현금성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로 GDP 대비 1~1.5%포인트 수준의 재정 부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정부가 관세로 거둔 재원을 다시 가계나 기업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단기간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린 수단이다. 예산상으로는 일회성 지출로 처리되어 이후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고 실물 경제에서는 소비 심리를 빠르게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축은 은행 규제 완화다. TS 롬바드는 은행 규제 조정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상당한 대출 여력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가 완화될 경우 미국 은행권에 약 2조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대차대조표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은행이 더 많은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대출 한도가 규제로 제한되는데 이 기준이 완화되면 기업과 가계로 흘러가는 신용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은행 규제 완화의 목적은 실물 경제로의 자금 흐름을 강화하는 데 있다. 기업 대출이 늘어나면 설비 투자와 고용이 확대될 수 있고 가계 대출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이 커진다.
다만 TS 롬바드는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규제가 대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풀어도 대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 번째 축은 금리 정책을 우회하는 신용 정책이다. 보고서는 현 행정부가 기준금리 조정만으로는 경기 조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특정 부문에 직접 신용을 공급하는 방식이나 재정과 결합된 신용 수단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과 무관하게 정부 정책을 통해 자금이 특정 영역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방식이다. TS 롬바드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TS 롬바드는 이 같은 정책 조합이 과거 영국의 바버 붐과 같은 대규모 경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부분의 경기 부양 효과가 전통적인 재정 정책에서 나올 것으로 봤다. 은행 규제 완화나 신용 정책은 기대만큼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공급 측 제약과 수요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다. 관세는 수입 물가를 통해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민 제한 정책은 노동 공급을 줄여 임금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확대와 신용 공급이 동시에 진행되면 경제 성장률 목표와 무관하게 물가 상승 압력이 재점화될 수 있다. TS 롬바드는 행정부가 제시한 연 3% 성장 목표가 달성되든 그렇지 않든, 이러한 정책 환경 자체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현재 자산 가격에는 물가 재가속 가능성이 제한적으로만 반영되어 있어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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