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주가는 장중 한때 5% 넘게 하락했다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실적 발표 때마다 반복되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이번 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은 4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고 순이익은 257억 달러로 59% 늘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발표 직후 시장은 호평보다 의심을 먼저 반영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한 것은 좋은 실적이 아니라 과거 분기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상회 폭이었다.
한편 컨센서스 상회율은 약 1.5% 수준에 그쳤다. 직전 8개 분기 동안 통상 2%에서 많게는 20% 이상을 웃돌던 흐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진 수치였다.
매출 구성에서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이 있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11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1~2억 달러 정도 못 미쳤다.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의 0.3% 수준에 불과한 차이였으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직전 분기의 69%에서 이번 분기 56%로 낮아졌고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12%에서 5.9%로 줄었다. 숫자 자체는 여전히 고성장이지만 증가 속도가 완만해졌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이번 분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중국 매출이 사실상 0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불과 몇 분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향 AI 칩 매출은 분기 기준 50억 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정부의 고성능 AI 칩 수출 규제와 중국 정부의 미국산 반도체 사용 통제 기조가 맞물리면서 해당 매출이 전면 차단된 결과였다. H20 등 중국 수출용으로 설계된 제품 역시 규제와 행정 절차 문제로 출하가 중단됐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중국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54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제시된 가이던스가 이른바 ‘제로 차이나’를 전제로 한 수치임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실적을 가능하게 한 핵심은 블랙웰로 불리는 최신 GPU 아키텍처다. 이번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411억 달러 가운데 약 280억 달러가 블랙웰 기반 제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매출의 57~60%를 단일 제품군이 차지한 것이다. 블랙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약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향 H20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15% 수준에서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블랙웰이 그 공백의 상당 부분을 메운 구조다.
엔비디아의 GPU 세대 변화는 AI 활용 단계의 변화와 함께한다. 2020년 출시된 A100은 대규모 AI 모델 훈련을 가능하게 만든 첫 세대였고 H100은 FP8 연산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해 초대형 모델 학습을 본격화했다. H200은 H100의 확장형으로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크게 늘려 학습 효율을 높였다.
블랙웰은 방향이 다르다. 기존 세대가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블랙웰은 추론에 최적화된 설계가 핵심이다. 추론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단계다. 학습이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추론은 그 모델을 통해 실제로 돈을 버는 과정이다.
AI 산업 초기에는 학습 수요가 시장을 주도했다. 대형 언어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한 번에 대규모 연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봇과 AI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비용 구조가 달라졌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AI는 추론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은 서비스가 유지되는 한 매일 반복된다. 기업 입장에서 학습은 일회성 대규모 비용이지만 추론은 지속적인 매출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블랙웰은 이 추론 수요에 맞춰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대폭 확장했고 여러 GPU를 동시에 연결해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유리하도록 네트워크 구조를 강화했다.
NVLink와 InfiniBand 기반의 고속 연결을 통해 수천 개 이상의 GPU를 묶어도 응답 속도가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적 수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가운데 추론 비중은 2024회계연도 기준 약 40%로 추정됐고 2025회계연도에는 절대 금액 기준으로 460억~52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2026회계연도 상반기에는 학습과 추론 매출이 각각 약 400억 달러 수준으로 비슷해진 것으로 추산된다. 연율로 환산하면 현재 추론 매출 속도는 약 800억 달러에 이른다. AI 서비스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추론 수요가 학습 수요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성장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였고 시장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동시에 중국 매출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도 최대 실적과 높은 가이던스가 유지됐고 매출의 중심축이 블랙웰과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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