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결정 자체는 시장의 예상 범위에 있었으나 회의 결과가 공개된 이후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연준 이사 두 명이 공식 표결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표를 던지며 다수 의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연준 이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소수 의견을 남긴 것은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찬성한 인사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이사다. 두 사람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연준 이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연준은 통상 내부 합의를 중시하며 정책 방향이 정해질 경우 표결에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왔다. 이번처럼 명확한 반대표가 기록된 것은 연준 내부 의견 결속이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확실한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6월 기준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은 2.9%였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3.0%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상품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하며 물가 흐름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했다.
반면 월러 이사와 보우먼 이사는 노동시장 둔화를 근거로 조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고용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 하방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두 인사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할 때 순수한 경제 판단인지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행보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남아 있으며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7월 FOMC 이전까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던 금리 선물 시장은 회의 직후 전망을 빠르게 수정했다.
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회의 전 60% 중반에서 회의 이후 4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연준이 정책 문구에서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표현을 삭제한 점도 시장에 신중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경제 지표는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율 기준 3.0%로 발표됐다. 표면적으로는 양호한 수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입 감소와 재고 증가 효과가 성장률을 끌어올린 측면이 컸다. 실제로 미국 내 소비와 투자를 합친 실질 최종 판매 증가율은 연율 1% 초반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 평균 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용 시장은 아직 뚜렷한 위기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4% 초반으로 완만하게 상승했으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감소세를 보였고 월평균 신규 고용도 1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연준이 설정한 최대 고용 수준과 비교해도 급격한 악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정책 기조에 반영되고 있다.
물가 흐름은 연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서비스 물가는 점진적으로 안정됐으나 상품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관세가 부과된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기업들이 관세 적용 이전에 확보한 재고를 활용하며 가격 인상을 미뤘으나 재고 소진이 진행되면서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단계가 초기 국면이라고 설명하며 가격 조정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회의 이후 금융시장은 변동성을 보였다. 파월 의장 기자회견 도중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했고 단기 및 장기 국채 금리는 동시에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연준이 당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연준 내부의 이견 표출은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제 지표는 둔화 신호와 안정 신호가 혼재돼 있으며 물가는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 역시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방향 전환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후의 데이터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채 다음 회의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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