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7월 초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신고가 영역에 진입했다. 독립기념일 휴장 이후 재개된 시장에서도 위험자산 선호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우선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다만 경제의 실제 상태를 판단하려면 단일 지표가 아니라 여러 핵심 지표가 동시에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방식은 경제를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나사’로 나눠 점검하는 접근법이다. 일부 나사가 느슨해졌다고 바로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여러 나사가 동시에 풀리기 시작하면 경고 신호가 된다.
미국 경제의 큰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로는 BaR 그리드가 활용된다. 이 지표는 다양한 경제 데이터를 좌표로 환산해 경제가 확장 국면에 있는지 수축 국면에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말과 2025년 6월을 비교한 결과 평균 좌표와 가중 평균 좌표, 선행지표 모두 확장 구간에 머물렀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경제의 위치가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제가 급격히 식거나 방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지표도 비슷한 신호를 준다. 2025년 2분기 기준 성장률 추정치는 약 2.5% 수준이다. 2024년 말 3%대 중반과 비교하면 둔화된 수치지만 마이너스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성장 속도는 느려졌지만 확장 국면 자체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물경제를 보여주는 산업생산 지표는 오히려 지난 6개월간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공장, 광산, 유틸리티 부문에서 실제로 생산된 물량을 합산한 수치로 제조업 경기의 기초 체력을 나타낸다.
관세 이슈와 글로벌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생산량이 줄지 않았다는 점은 실물경기가 아직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설비가동률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설비가동률은 보유한 생산설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내려간다는 것은 기업들이 생산 확대에 조심스러워졌다는 뜻이다.
다만 과거에도 설비가동률이 하락했지만 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던 만큼 단독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물가 측면에서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의 상승 압력이 최근 크게 완화됐다. 이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2025년 봄 저점을 찍은 뒤 다소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도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다. 고빈도 경기지수인 ADS 지수 역시 연초 평균 이하 수준에서 최근 소폭 개선됐다.
고용시장에서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과거 침체 국면에서는 실업수당 청구가 급증하고 기업 활동 지표가 동시에 급락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현재는 그런 조합이 관측되지 않는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2025년 들어 꾸준히 개선되며 확장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기준선 근처에서 움직이며 성장 동력이 약해진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수축 국면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금융 부문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경기 침체를 앞두고 은행들은 통상 대출 기준을 급격히 강화한다. 현재 은행 대출 심사 기준은 오히려 완화된 상태다. 은행 신용 규모는 2023년 조정기를 거친 뒤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자금 공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소득 대비 부채 상환 부담도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 통계상으로는 가계가 부채 때문에 소비를 급격히 줄여야 할 상황은 아니다.
반면 주택 착공 건수는 202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착공은 침체를 앞두고 수년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물류 부문도 약해진 신호를 보인다. 트럭 운송 고용과 대형 트럭 판매가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 이는 생산된 재화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이익은 팬데믹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AI 관련 대형 기술기업과 글로벌 대기업의 기여도가 크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전반의 체력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재정과 통화 측면에서는 정부 지출과 은행 신용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출 억제를 공언했지만 실제 삭감 규모는 제한적이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관세 부과 일정도 여러 차례 연기되며 충격이 뒤로 미뤄진 상태다.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생산, 고용, 대출, 이익이라는 묶음은 여전히 단단히 조여져 있는 반면 심리, 부동산, 물류라는 묶음은 느슨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두 묶음이 동시에 크게 흔들릴 경우 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런 조합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