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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일단 멀쩡해 보이지만…지표 안쪽에서 드러난 균열, 괜찮을까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07.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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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는 7월 초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신고가 영역에 진입했다. 독립기념일 휴장 이후 재개된 시장에서도 위험자산 선호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우선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다만 경제의 실제 상태를 판단하려면 단일 지표가 아니라 여러 핵심 지표가 동시에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방식은 경제를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나사’로 나눠 점검하는 접근법이다. 일부 나사가 느슨해졌다고 바로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여러 나사가 동시에 풀리기 시작하면 경고 신호가 된다.


미국 경제의 큰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로는 BaR 그리드가 활용된다. 이 지표는 다양한 경제 데이터를 좌표로 환산해 경제가 확장 국면에 있는지 수축 국면에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말과 2025년 6월을 비교한 결과 평균 좌표와 가중 평균 좌표, 선행지표 모두 확장 구간에 머물렀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경제의 위치가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제가 급격히 식거나 방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지표도 비슷한 신호를 준다. 2025년 2분기 기준 성장률 추정치는 약 2.5% 수준이다. 2024년 말 3%대 중반과 비교하면 둔화된 수치지만 마이너스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성장 속도는 느려졌지만 확장 국면 자체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물경제를 보여주는 산업생산 지표는 오히려 지난 6개월간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공장, 광산, 유틸리티 부문에서 실제로 생산된 물량을 합산한 수치로 제조업 경기의 기초 체력을 나타낸다. 

 

관세 이슈와 글로벌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생산량이 줄지 않았다는 점은 실물경기가 아직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설비가동률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설비가동률은 보유한 생산설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내려간다는 것은 기업들이 생산 확대에 조심스러워졌다는 뜻이다. 

 

다만 과거에도 설비가동률이 하락했지만 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던 만큼 단독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물가 측면에서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의 상승 압력이 최근 크게 완화됐다. 이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2025년 봄 저점을 찍은 뒤 다소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도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다. 고빈도 경기지수인 ADS 지수 역시 연초 평균 이하 수준에서 최근 소폭 개선됐다.


고용시장에서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과거 침체 국면에서는 실업수당 청구가 급증하고 기업 활동 지표가 동시에 급락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현재는 그런 조합이 관측되지 않는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2025년 들어 꾸준히 개선되며 확장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기준선 근처에서 움직이며 성장 동력이 약해진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수축 국면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금융 부문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경기 침체를 앞두고 은행들은 통상 대출 기준을 급격히 강화한다. 현재 은행 대출 심사 기준은 오히려 완화된 상태다. 은행 신용 규모는 2023년 조정기를 거친 뒤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자금 공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소득 대비 부채 상환 부담도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 통계상으로는 가계가 부채 때문에 소비를 급격히 줄여야 할 상황은 아니다.


반면 주택 착공 건수는 202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착공은 침체를 앞두고 수년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물류 부문도 약해진 신호를 보인다. 트럭 운송 고용과 대형 트럭 판매가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 이는 생산된 재화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이익은 팬데믹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AI 관련 대형 기술기업과 글로벌 대기업의 기여도가 크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전반의 체력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재정과 통화 측면에서는 정부 지출과 은행 신용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출 억제를 공언했지만 실제 삭감 규모는 제한적이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관세 부과 일정도 여러 차례 연기되며 충격이 뒤로 미뤄진 상태다.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생산, 고용, 대출, 이익이라는 묶음은 여전히 단단히 조여져 있는 반면 심리, 부동산, 물류라는 묶음은 느슨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두 묶음이 동시에 크게 흔들릴 경우 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런 조합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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