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시장에서 금과 은 가격이 동시에 급락했다. 하락은 하루 만에 발생했으며 금과 은 모두 최근 수개월간의 상승 흐름을 단숨에 되돌리는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통화정책 수장을 둘러싼 인사 변화 신호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직후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빠르게 반응했고, 그 여파가 귀금속 시장으로 전이됐다.
워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연준 이사로 활동한 인물로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 안정과 통화 긴축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시장에서는 그의 지명이 향후 연준의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억제와 달러 가치 방어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런 인식은 외환시장에 곧바로 반영돼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사진 출처: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달러로 가격이 표시되는 금과 은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커지는 자산으로 분류되며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금과 은 가격 하락은 현물 수요 감소보다 금융시장 내부 구조 변화에 의해 확대됐다. 귀금속 선물 거래의 중심인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같은 시점 금과 은 선물 계약에 대한 증거금 인상을 단행했다.
증거금은 선물 거래에서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자가 예치해야 하는 최소 현금으로 이 비율이 오르면 동일한 규모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다. 거래소가 증거금을 인상하면 투자자는 추가 자금을 투입하거나 보유 중인 계약 규모를 줄여야 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투자자는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게 된다.
당시 금 선물과 은 선물 시장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단기 매수 포지션이 대거 쌓여 있던 상태였다. 금과 은은 최근 몇 달간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재정지출 증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빠르게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단기 가격 상승에 베팅한 자금이 선물시장으로 집중됐고 증거금 인상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포지션 조정 압력이 급격히 커졌다. 금 가격은 해당 거래일 장중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높은 특성상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은은 산업용 수요 비중이 높아 경기와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속으로 분류된다. 증거금 인상 폭도 은이 금보다 더 컸기 때문에 선물시장에서는 은 매도가 더 빠르게 확산됐다.
시장참여자들이 주말을 앞둔 시점에서 추가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유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원자재의 하락세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은 정책 방향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결정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최초 1회에 한해 상징적 의미를 크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결정과 자산 매입 정책 등 통화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이후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 변화는 채권 금리, 달러 가치, 주식과 원자재 가격 전반에 연쇄적으로 반영된다. 이번 사례에서도 인사 발표 직후 국채 금리가 움직였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귀금속 가격이 즉각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금융시장 내 포지션 조정과 위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움직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동향이나 글로벌 공급 구조에는 단기간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이 관측되지 않았다.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 사이의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 선물시장 변동성이 현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금과 은 가격은 다음 거래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변동성을 이어갔다. 전 거래일 급락의 여파로 추가 조정이 나타났으며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장면도 관측됐다.
연준 의장 인선이 공식 절차를 거쳐 확정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나오는 후속 뉴스에 따라 금과 은을 포함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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