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했다. 이 조치는 다른 국가와 품목에 대한 관세가 상당 부분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조정되는 흐름 속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됐다.
관세 인상 이후 미국 내 철강 가격은 2025년 1분기 기준 약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럽 철강 가격 상승률이 약 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 가격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컸다.
가격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 철강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 대표 철강 기업 가운데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주가가 관세 인상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관측됐다. 이 기업은 철광석 채굴부터 제강까지 전 과정을 미국 내에서 수행하는 수직 통합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 철강 산업의 수요 구조는 20세기 중반과 크게 달라졌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은 도시와 산업 기반을 새로 구축하는 단계에 있었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철강 수요가 발생했다.
건물과 교량, 도로, 철도, 공장, 전력 설비 등 사회 기반 시설이 새로 건설되면서 철광석을 채굴해 생산한 이른바 버진 스틸이 대량으로 소비됐다. 이 시기 미국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1억 톤을 넘겼다.
도시와 산업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철강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 구조물을 철거하고 재개발하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재활용하는 비중이 커졌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신규 차량이 생산될 때 수명이 다한 차량은 폐차 과정을 거쳐 철강과 알루미늄 자원으로 회수된다.
이 자원은 다시 제강 공정에 투입된다. 이와 같은 재활용 기반 수요가 확대되면서 철광석을 새로 채굴해 생산하는 철강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전기로 방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전기로는 고철을 전기로에 녹여 강철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 단가가 낮고 환경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미국 전체 철강 생산의 55% 이상이 전기로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약 30% 수준이던 전기로 비중은 2000년대 들어 기존 용광로 방식을 추월했다. 최근 미국 내 신규 철강 공장 투자 가운데 80% 이상이 전기로 방식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블라스트 퍼니스 신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의 철강 소비 총량은 장기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65년 미국의 철강 소비량은 약 1억 톤이었고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과 유지 보수 중심의 건설 구조가 정착되면서 단위 생산당 철강 투입량이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내 비중은 철광석 기반 통합 제강 기업에서 고철 기반 전기로 기업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연간 철강 수입량은 약 2천만 톤 중반대로 전체 소비의 약 25%를 차지한다. 미국 내 대표 전기로 기업 한 곳이 재활용을 통해 생산하는 물량이 이와 유사한 규모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관세 인상으로 수입 철강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전체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기 어렵다. 유럽과 일본 역시 유사한 전환 과정을 겪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전기로 투자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신규 도시 개발과 산업 확장 수요가 남아 있어 철광석 기반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중국에서도 부동산 경기 둔화와 도시 재개발 주기 진입으로 고철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 확산과 구형 차량의 폐차 속도도 고철 발생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철광석 기반 통합 제강 구조는 신규 투자 감소와 함께 점차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세 인상은 단기적인 가격 조정 효과를 낳았지만 생산 방식 전환과 수요 구조 변화라는 산업 내부의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기업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는 고급 강판과 특수강 수요가 남아 있는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반영돼 있다. 일본은 고철 공급 여건과 에너지 비용 구조로 인해 전기로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이처럼 미국 철강 산업은 외국 기업들의 집중적 투자 및 고철 기반 전기로 생산 비중 확대와 함께 생산 구조의 큰 변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용광로 중심 기업과 전기로 중심 기업 간의 역할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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