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관련 군사 행동 가능성과 미국의 개입 승인 검토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 증시는 변동성을 보였고 나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1% 가까이 하락했다.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충돌 가능성은 반복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며 특히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항상 함께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국제 유가의 상방이 열려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하겠다.
실제 시장 반응을 살펴보면 최근 중동 관련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2023년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국면에서는 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형성하지 못했다.
최근 유가 상승 역시 2023년 하반기 고점과 2025년 저점 사이의 중간 수준까지 회복된 정도로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변동 범위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분쟁과 국제 유가를 연결하는 주요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거론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쪽에 위치한 해상 요충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해상으로 수출되는 경로다.
2024년과 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5%, 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과거 오일 쇼크 시기와 현재의 글로벌 에너지 환경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에는 중동과 OPEC 국가들이 글로벌 원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구조가 크게 변화했다.
미국은 원유 순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했고 공급원이 다변화되면서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충격이 곧바로 글로벌 공급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한 배경 역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로 실질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이었고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제재로 인해 수입 경로 자체가 차단되면서 실수요 기반의 가격 급등이 발생했다. 반면 중동 분쟁의 경우 실제로 주요 산유국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리적으로 약 50km 폭을 가진 해협으로 북쪽은 이란 영해, 남쪽은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의 영해로 나뉘어 있다.
이란이 군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자국 영해에 국한되며 해협 전체를 봉쇄하는 것은 국제법상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사례는 없었고 중동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원유 생산과 수출이 중단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봉쇄 방식으로는 기뢰를 활용한 위협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이 역시 현실적 제약이 크다. 해협 전반을 기뢰로 봉쇄하려면 대규모 기뢰 부설이 필요하며 이는 미 해군 5함대가 상시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서 사실상 감시를 피하기 어렵다.
바레인 인근에 주둔한 미 해군 5함대는 항공모함과 항공 전력을 포함한 상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수출 구조 역시 이란의 선택지를 제한한다. 이란의 국가 수출에서 원유와 석유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서방의 제재로 인해 주요 수출 대상은 중국과 아랍에미리트로 집중돼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해당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자국 소비 목적보다는 중계 무역과 저장, 혼합, 재수출 역할을 수행하며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장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로 기능한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들 수출 경로가 동시에 차단된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단기적인 변동성 범위 내에서 반응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에너지 선물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뉴스에 따른 심리적 변동이 나타난 뒤 다시 안정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으로 인해 항공사와 물류 기업, 석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사의 경우 연료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유가 상승 시 수익성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물류 기업 역시 운송 비용 부담 확대 우려가 반영되고 석유화학 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압박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러한 반응은 벌써부터 시장 참여자들의 비용 구조 민감도를 반영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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