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미국 하원은 대규모 세제 개편 법안인 ‘One Big Beautiful Bill Act of 2025’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Section 899’로 불리는 조항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해외 세금 제도를 ‘불공정한 외국 세금(unfair foreign tax)’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세금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다.
Section 899는 특정 국가가 도입한 세금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겨냥한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국가의 정부 기관 기업 개인 투자자가 미국에서 얻는 소득에 대해 추가적인 세 부담을 부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적용 대상은 이자 소득, 배당 소득, 로열티 등 미국 내 금융 투자나 자산에서 발생하는 주요 소득이다. 해당 소득에 적용되는 원천징수세율은 단계적으로 인상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이 문제 삼는 대표적인 해외 세금 제도로는 OECD가 추진한 글로벌 최저한세 체계인 필러 투(Pillar Two)의 핵심 장치인 UTPR가 있다. UTPR는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실제 납부한 세율이 글로벌 최저 기준인 15%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른 국가가 그 차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 기업이 낮은 세율 구조를 활용해 실효세율을 낮추면 유럽 국가 등이 추가 과세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디지털 서비스세로 불리는 DST도 주요 대상이다. DST는 특정 국가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디지털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 매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유럽 국가가 도입했으며 실제 적용 대상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들 기업 상당수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익 이전 방지세로 불리는 DPT도 포함된다. DPT는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익을 해외로 이전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국가가 매출이나 추정 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영국 호주 인도 등이 도입했으며 정상적인 이전가격 규칙과는 다른 방식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Section 899는 이러한 세금들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과세로 규정한다. 법 조문상 ‘불공정한 외국 세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국 재무부 장관이 보고서를 통해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정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은 자동 적용 방식이라는 점도 명시돼 있다. 해당 세금을 도입한 국가의 거주자나 기업은 즉시 Section 899의 적용 대상이 된다.
적용 대상 국가로 분류될 경우 해당 국가의 투자자나 기업이 미국에서 받는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매년 5%포인트씩 인상될 수 있다. 최대 누적 인상 폭은 20%포인트로 규정돼 있다. 기존에 조세조약에 따라 5%의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던 경우에도 단계적 인상을 통해 최대 25%까지 세율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법안에는 기존 BEAT 제도를 강화한 이른바 ‘슈퍼 BEAT’ 규정도 포함됐다. BEAT는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이 비용 명목으로 이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추가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Section 899 적용 대상 국가의 기업에는 강화된 기준과 함께 12.5%의 추가 세율이 적용되도록 설계됐다. 기존에 BEAT 계산에서 제외됐던 항목들도 다시 포함됐다.
또 다른 변화는 미국 세법 Section 892에 대한 적용 배제다. Section 892는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 국제기구가 보유한 미국 국채 등 공공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를 면제해 왔다. Section 899는 이러한 면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대상 국가로 분류될 경우 외국 정부 기관 개인 투자자 구분 없이 미국 국채 이자에 대해서도 원천징수세가 부과될 수 있다.
법 조문에서는 적용 대상을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국가에 속한 모든 정부 기관 개인’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범위는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제도의 취지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이 우선적인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등은 DST나 UTPR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국가로 분류된다. OECD 글로벌 최저한세 체계에 참여한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UTPR, DST, DPT가 미국 다국적 기업에 집중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고 인식해 왔다. Section 899는 이러한 해외 과세에 대해 미국이 세제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조항이다. 법안은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통과 시점과 실제 적용 방식은 향후 입법 과정과 행정부의 해석에 따라 구체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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