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말 미국 금융시장은 이례적인 급등과 급락을 짧은 기간 안에 모두 경험했다. 미국 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상당 부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 때문이다.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특정 국가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관세가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해외 무역을 규제할 권한은 의회에 있으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해 이를 우회하려면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관세는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IEEPA는 국가 안보나 경제가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무역법원은 마약 문제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의 논리가 이 법이 요구하는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미국은 수십 년간 무역 적자를 이어온 상태로 이를 갑작스러운 비상사태로 보기 어렵고 관세가 마약이나 이민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수단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판결 직후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상승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가 외국인 투자자 과세 계획을 발표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은 다시 흔들렸다.
법원 판결과 관세 인상은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무역법 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법적 근거를 가진 조치였다. 이번 무역법원 판결이 직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IEEPA에 근거한 관세다.
반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적용된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나 수입 제한을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절차상 상무부 조사와 국방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최종 판단은 대통령에게 있다.
국가 안보 판단은 행정부 고유 권한이라는 판례가 강해 법원이 개입하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무역법원은 232조 기반 관세에는 손을 대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빠르게 활용했다.
IEEPA 기반 관세에 제동이 걸리자 232조에 근거한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오히려 두 배로 인상한 것이다. 법적으로 막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을 학습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역법원은 IEEPA에 근거한 관세에 대해 10일 내 취소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 관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효력 정지를 허용했다. 이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더라도 상급심 판단이 끝날 때까지 행정부 정책을 임시로 유지하도록 하는 절차적 조치다.
그 결과 현재 시점에서 트럼프 관세는 법적으로 다시 살아 있는 상태다. 만약 최종적으로 IEEPA 기반 관세가 무효로 확정되면 미국 정부는 이미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으며 그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관세 권한의 경계다. IEEPA처럼 비상사태 요건이 엄격한 법은 사법부의 통제를 받기 쉽다. 반면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처럼 국가 안보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거로 한 조항은 대통령 재량이 넓어 법원의 개입 여지가 적다.
301조는 미국 무역대표부 조사와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관세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과거 중국산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해산물 등 다양한 품목에 적용된 바 있다. 절차만 충족하면 관세 논리가 다소 정치적이더라도 법적으로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철강, 알루미늄을 제외하더라도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항공, 조선 등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 논리가 결합될 수 있는 분야는 여전히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무역정책이 법과 정치의 경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 예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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