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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 1주일, 협상과 치킨게임으로 갈라진 세계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04.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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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전면에 내세운 지 1주일이 지났다. 미국이 사실상 모든 교역 상대국을 향해 고율 관세를 예고하거나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트럼프는 역사상 본 적 없는 수준의 관세를 무기로 삼아 미국산 제품과 에너지 수입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협상 테이블로 향한 국가들이고 다른 하나는 보복 관세로 맞서며 장기전을 각오한 국가들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었다. 베트남은 미국이 46%에 달하는 관세를 예고하자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부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산 제품을 더 사겠다고 밝히며 미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이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를 바꿔 수출해 왔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대만 역시 비슷했다. 미국과의 무역과 안보 의존도가 절대적인 대만은 보복 관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협상단을 급파했다. 이스라엘은 접근 방식이 달랐다. 관세 인하 요구 대신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미국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짐바브웨도 뒤늦게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럽연합도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미국이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유럽연합에는 20% 관세를 예고하자 유럽연합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산업 제품에 대해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 

 

우선적으로는 대화를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보복 조치도 동시에 준비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은 여러 국가가 모인 공동체인 만큼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반면 관광과 농식품 수출 비중이 큰 남유럽 국가들은 충돌을 피하자는 입장이다.


반대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국가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미국이 34%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즉각 발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을 불신 기업 목록에 올리고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의료 장비 부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조사도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국제 질서와 국가 위신의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에 쉽게 물러설 경우 내부 정치와 대외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캐나다도 보복 노선을 택했다. 이미 철강 등 일부 품목에 보복 관세를 시행했고 미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미국 시장 비중이 크지만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자원은 다른 지역으로도 수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상황도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 쉽게 물러설 경우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대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경제 구조와 정치적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 먼저 손을 내민 국가들은 수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 시장에 묶여 있거나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보호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이나 캐나다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수출 경로가 다변화된 국가는 일정 수준의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버틸 여지가 있다. 특히 원자재나 에너지처럼 글로벌 수요가 넓은 품목을 가진 국가는 미국 외의 판로를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다수를 먼저 굴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러 국가가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 관세를 낮추고 미국산 제품을 더 사기로 합의하면 끝까지 버티는 소수 국가는 고립된다. 

 

그 사이 미국 기업은 다른 국가들의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한쪽에서 먼저 균형이 무너지면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미국은 에너지와 최종 소비재라는 공급망의 핵심 축을 동시에 쥐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관세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상당 부분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관세를 영구적인 정책으로 유지하기보다는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이미 협상 신호를 보냈고 일부는 실질적인 양보안을 내놓고 있다. 관세라는 강경한 도구가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중심의 새로운 협상 구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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