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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면전 3주차에 드러난 미국 기업들의 생존 공식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4.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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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제조업 전반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 때마침 실적 발표 시즌이기도 해서 주요 미국 기업들이 어닝 콜을 통해 각자의 대응 방식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이 발언들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수입 가격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수단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얽힌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이후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보잉, 인튜이티브 서지컬, 엔페이즈 에너지는 같은 관세 환경을 마주하고도 전혀 다른 해법을 선택했다. 그 차이는 각 기업의 사업 구조와 수출입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관세를 대부분 흡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잉은 일본과 이탈리아 등 관세 대상 국가에서 광동체 항공기의 구조 부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해당 부품에는 현재 10%의 관세가 붙는다.

 

다만 보잉 항공기의 약 80%는 미국 밖으로 인도되는 수출 물량이다. 덕분에 수입 단계에서 낸 관세를 완제품 수출 시 돌려받는 관세 환급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수입 원재료에 부과된 관세를 수출 시 환급해주는 장치로 미국 내에서 조립한 뒤 재수출하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보잉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연간 순원가 부담이 5억 달러 미만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도 물량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제한하고 이미 제작 중인 항공기는 다른 고객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노출을 통제하겠다고 설명했다. 관세 자체보다 수요 불확실성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생산 흐름 자체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의료 로봇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보다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회사는 로봇 시스템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내시경과 소모성 기기는 유럽과 멕시코에서 제조한다. 미국 제조 비중이 높으면서도 동시에 대규모 수출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관세 대응의 최우선 원칙으로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공급망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2025년 한 해 동안 관세로 인해 매출의 약 1.7%에 해당하는 추가 원가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비용은 재고에 먼저 쌓인 뒤 제품이 판매되는 시점에 맞춰 손익계산서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기가 지날수록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총이익률 전망치는 기존 67% 수준에서 65~66.5%로 낮아졌다. 유럽의 보복 관세까지 감안한 수치다. 다만 단기간에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 라인을 대규모로 이전하는 공격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세 국면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단 현 상태를 버티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태양광 장비 기업 엔페이즈 에너지는 세 회사 중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가 배터리 부문에 큰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엔페이즈는 마이크로인버터와 액세서리 부문에서는 이미 공급망 다변화를 마쳐 관세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 셀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2025년 2분기에 총이익률이 약 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부과 전에 미리 확보해둔 재고 덕분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3분기 이후다. 가격 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총이익률이 6~8%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엔페이즈는 중국 외 공급처를 이미 확보하고 인증 절차를 빠르게 진행 중이며 2026년 2분기부터는 관세 영향을 완전히 걷어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세 비용 일부는 설치업체에 넘기되 대부분은 회사가 직접 흡수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관세 충격이 한시적이라는 판단 아래 단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구조 전환을 서두르는 전략이다.


이 세 기업의 대응 방식은 미국 제조업 전반에 깔린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 관세는 표면적으로 수입 비용을 높이지만, 실제 충격의 크기는 해당 기업이 최종 소비를 미국 내에서 하느냐, 아니면 재수출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해외에서 중간재를 들여와 미국에서 조립한 뒤 다시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 환급 제도를 통해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보잉 같은 항공우주 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장비, 헬스케어, 화학 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최종 소비가 미국 내에 집중돼 있거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부문은 단기적인 수익성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엔페이즈의 배터리 사업이 바로 그 전형적인 예다.

 

관세 국면에서 기업의 생존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는 공급망의 유연성과 수출 구조다. 재고로 시간을 벌 수 있는 기업은 공급망 전환에 필요한 여유를 확보하고 관세 환급이나 재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충격을 흡수한다. 반면 대응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거나 결국 가격 인상이라는 선택지 앞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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