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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외교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제2차 미·중 무역전쟁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04.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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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율이 각각 145%와 125%에 이르면서 숫자 자체의 의미는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 관세의 세율이 100%를 넘어서면 해당 품목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다. 가격 경쟁력이 완전히 무너지고 수입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 구간부터 관세는 외교적 메시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더 높은 숫자를 적어내는 행위는 오로지 상대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국내 여론을 의식한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효과도 제한적이다. 수입이 멈추면 관세 수입은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는 대체재 가격 상승을 그대로 감내하게 된다. 중국산 소비재를 대체할 미국 내 생산 기반이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세는 제조업 회귀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우회 수입이나 원산지 표시 변경 같은 회피 경로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국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의 대응 방식이다. 중국은 고율 관세로 맞대응하면서도 미국 기업을 직접 겨냥한 추가 제재는 자제했다. 과거와 달리 특정 미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거나 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택하지 않았다. 

 

이는 유럽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유럽은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으면서도 미국의 압박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위치에 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 프랑스의 명품 산업,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산업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을 정면으로 제재할 경우 유럽은 중국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를 재평가하게 되고 탈중국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중국은 이 시나리오를 피하려 한다. 관세로는 강하게 맞서되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합리적인 공급망 참여자로 보이게 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145%를 부과하면 중국은 125%로 대응하는 식의 미묘한 수위 조절도 같은 맥락이다. 

 

보복은 하되 과잉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를 통해 유럽과의 전략적 신뢰를 유지하고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완충 지대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실물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특히 생산자물가지수의 하락 폭이 컸다.

 

관세는 실제 물가와 경기로 전이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관세 인상 이전에 기업들이 재고를 선확보했고 공급이 일시적으로 넘치면서 생산자 단계에서 가격 조정이 먼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 전가 대신 마진 축소를 선택했다. 이 경우 생산자물가는 빠르게 하락하지만 소비자물가로의 반영은 지연된다. 중국산 중간재와 부품 수입이 줄어들며 생산 활동이 둔화된 점도 생산자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필리핀, 베트남, 인도, 태국 등으로의 임시적 공급망 전환이 겹치면서 단가가 낮은 대체 공급이 단기 가격 지표에 반영됐다.


이 흐름은 관세가 장기화될 때의 인플레이션 효과와는 구분된다. 단기간에 급격히 인상된 관세는 오히려 생산자 단계에서 가격 압박을 먼저 만들고 이는 통계상 디플레이션 신호처럼 보일 수 있다. 현재 지표는 미국 실물 경기의 영구적 둔화를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관세로 인한 충격이 이미 반영될 만큼 반영된 국면에서 추가적인 하락을 이끌 요인은 경제 영역 밖에서 올 가능성이 크다.


미·중 관세 전쟁은 이제 완전한 정치외교적 수 싸움으로 이동했다. 양국 모두 경제 부문에서 넘지 않으려는 선을 의식하고 있으며 관세 자체만으로 시장을 더 흔들 여력은 제한적이다. 향후 변동성의 방향은 관세 숫자보다 다른 영역에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관세가 아닌 곳에서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 때 시장의 반응도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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