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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와 캐나다 총선, 자원 주권이 흔드는 북미 경제 지형도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3.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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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자원 대국 캐나다가 경제 주권을 향한 거대한 정치적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던 캐나다는 최근 인접국인 미국의 관세 압박과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며 전례 없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미국 트럼프 당선 이후 불거진 각종 관세 폭탄과 캐나다를 향한 자극적인 발언들은 캐나다 내부의 국민 정서를 극도의 반미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외부적 압력은 캐나다 국내 정치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이는 2025년 4월로 예상되는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기존 집권당인 자유당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 속에서 마크 카니를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의 퇴진과 마크 카니의 등장은 바닥을 치던 자유당 지지율을 급반등시켰으며 이는 캐나다가 미국에 대항해 자국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총선은 캐나다가 향후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고 자국이 보유한 막대한 천연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무기화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캐나다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광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 광업이라고 하면 구시대적인 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캐나다에서 광산은 국가 실물 경제와 증시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지질학적으로 천연자원의 보고인 캐나다는 금과 은은 물론이고 현대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필수 재료인 니켈과 코발트 그리고 리튬과 우라늄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원자재로 불리는 이들 광물은 현재 시점에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캐나다는 이러한 광물을 채굴하는 고도의 기술력과 정치적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드문 국가이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광산 개발은 채굴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 건설과 정제 그리고 물류와 수출로 이어지는 방대한 연관 산업을 거느리며 지역 경제를 지탱한다. 

 

캐나다 정부가 광산업의 부진을 곧 실업률 상승과 지역 경제 붕괴로 인식할 만큼 이 산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토론토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권에는 다수의 광산 기업이 포진해 있으며 전 세계 광산 기업들이 자본 조달을 위해 캐나다 증시로 몰려드는 현상은 캐나다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광업 금융의 중심지임을 증명한다.

 

이번 총선에서 격돌하는 자유당과 보수당은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일 뿐 광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당은 환경 보호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광물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여 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 이들은 특히 중국 자본의 침투를 경계하며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외국계 기업의 투자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 

 

반면 보수당은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단축을 약속하며 속도감 있는 자원 개발을 주장한다. 보수당은 법인세 인하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자원 주권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정당 모두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공통으로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캐나다 광산업은 정책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미국의 관세 압박은 역설적으로 캐나다가 자원 강국으로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루미늄이나 철강 같은 전략 물자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이를 경제적 굴복 요구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응하여 캐나다 정치권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나머지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자원 수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캐나다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외교적 줄타기를 시도한다. 

 

탈중국과 탈미국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러한 행보에는 캐나다가 글로벌 공급망의 설계자로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향후 캐나다 경제와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원 주권 강화라는 일관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규제의 강도나 개발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광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캐나다의 막대한 지하자원을 실제로 채굴하고 수익화하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이나 우라늄처럼 전통적인 안전 자산이나 에너지 자원을 다루는 기업들은 물론이고 로열티 수익 모델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의 가치가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진통은 불가피하겠으나 자원 강국으로서 캐나다가 보유한 근본적인 저력은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기에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캐나다는 이제 독자적인 자원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러한 거시적 흐름에 가장 부합하는 구체적인 원자재와 이를 다루는 핵심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캐나다의 자원 주권 확보 노력은 세계 경제의 공급망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자원 민족주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점은 캐나다를 평화로운 북미의 일원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원과 정치가 결합한 강력한 경제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격변의 시기에 캐나다가 보여주는 행보는 자원 보유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생존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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