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IT를 딛고 제조업으로 도약...인도의 점프형 경제 성장 전략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3.16 21:06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인도는 미국 주식의 강력한 대체지로 부상하며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는 기존 경제 발전의 정석으로 통하던 경로를 완전히 뒤바꾼 독특한 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이 과거 노동집약적 단순 제조업에서 시작해 중화학 공업과 기술집약 산업을 거쳐 첨단 산업으로 나아가는 계단식 발전을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는 이러한 전통적인 산업 발전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곧바로 IT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서비스업으로 도약하는 이른바 점프 방식의 성장을 택했다. 

 

제조업 기반이 허약한 상태에서 곧바로 최첨단 지식 산업으로 직행한 인도의 행보는 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인도가 제조업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뛰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먼저 우뚝 서게 된 배경에는 정치와 사회 체제의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 성장기에 국가가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기반 시설을 닦았다. 제조업은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조달하며 물류망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자본과 행정력이 동원되는 장치 산업이다. 

 

그러나 인도는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중앙 정부와 주 정부의 권한이 분산되어 있어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려웠다. 주마다 규제와 노동법이 제각각인 탓에 외국 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통합된 공급망을 구축하기에 제약이 많았다. 

 

자본과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 제조업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유연하게 발전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 생존 전략으로 선택된 것이다. 


물리적 인프라의 부족 역시 인도가 컴퓨터를 먼저 잡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제조업이 숨을 쉬려면 전력과 도로 그리고 항만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부산항이나 중국의 상하이항처럼 거대한 물동량을 처리할 기반이 마련되어야 공장이 돌아간다. 

 

하지만 인도는 연방제 국가의 특성상 인프라 구축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중앙 정부가 효율적으로 부지를 배분하고 철도를 깔고 싶어도 행정적 절차가 지연되면서 제조업 발전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인들은 공장이나 고속도로 없이도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상품을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목했다. 물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 지식 노동은 인프라가 낙후된 인도에서 가장 효율적인 부가가치 창출 수단이었다. 


인도의 이러한 선택을 뒷받침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적 자원과 언어 장벽의 붕괴였다. 인도는 1990년대부터 인도공과대학 같은 명문 교육 기관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영국 식민지 역사를 거치며 습득한 영어 구사 능력은 인도 IT 인력이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고속도로가 되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이 인도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9시간에서 12시간에 달하는 미국과의 시차는 인도를 거대한 24시간 서비스 기지로 만들었다. 

 

미국 기업이 퇴근하는 시간에 인도 인력이 업무를 이어받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초과 수당 없이도 끊김 없는 고객 지원과 데이터 처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 아웃소싱으로 불리는 BPO 산업은 인도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비핵심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BPO는 과거 한국의 철강이나 조선 산업이 수행했던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미국의 은행 상담이나 IT 지원을 인도의 전문 업체가 대행하면서 쌓인 자본과 기술력은 타타컨설턴시서비스나 인포시스 같은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다. 인도는 중공업을 거치지 않고도 서비스 수출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성장 공식을 증명해 냈다. 

 

이는 전통적인 개발도상국들이 공장을 먼저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식 서비스가 산업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인도는 이제 서비스업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제조업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4억 명에 달하는 막대한 내수 시장을 단순히 소비처로만 두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추진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이러한 의지의 집약체다. 

 

과거처럼 노동집약 산업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IT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제조업에 결합하는 역발상 전략을 취한다. 철강 같은 기존 제조업 부문에서도 점진적인 확장을 시도하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기묘한 결합을 꾀하고 있다. 

 

인도가 그려 나가는 미래는 IT가 제조업을 견인하고 제조업이 다시 IT의 활용처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인도의 경제 모델은 효율적인 점프를 통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식 산업의 우위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국가 전반의 산업 체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인도는 기존의 신흥국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공장이 먼저 들어서고 정보 통신이 뒤를 잇는 일반적인 순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먼저 길을 닦고 그 위에 제조업의 살을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유망할 세부 산업을 가려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인도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적 발전 방식을 통해 글로벌 경제 지형을 재편하고 있으며 그 여정은 이제 막 제조업이라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 와이이코노미 & 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IT를 딛고 제조업으로 도약...인도의 점프형 경제 성장 전략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