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씨티가 2026년 1월 중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각 조정을 내놓았다. 인텔에 대해서는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50달러로 제시한 반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미국 주식 포커스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같은 날 발표된 이 결정은 AI 수요 확산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산업이 서로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씨티는 인텔이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병목 현상과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봤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는 첨단 패키징 공정에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로 묶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단계 공정이다.
이 공정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칩을 설계해도 제품 출하가 늦어진다. 씨티는 이 지점에서 인텔이 대체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텔은 자체 생산 능력과 패키징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자금과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언급됐다.
씨티의 분석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AI ASIC’이다. 이는 특정 인공지능 연산에 맞춰 설계된 맞춤형 반도체를 뜻한다. 범용 CPU나 GPU와 달리 특정 작업에 특화돼 효율이 높다. 구글의 TPU 같은 칩이 대표적 사례다.
씨티는 인텔이 이런 AI ASIC 수요의 일부를 먼저 ‘백엔드 공정’에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엔드 공정은 칩을 완성품으로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다. 이후 인텔의 차세대 공정인 18A-P와 14A의 수율이 개선되면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프론트엔드 파운드리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수율은 공정에서 정상 작동하는 칩이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를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안정돼야 대형 고객이 계약을 맺는다. 다만 씨티는 인텔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도 짚었다.
PC 시장이 둔화될 경우 주력 사업인 CPU 판매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CPU 시장 점유율이 AMD와 Arm 진영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론에 대한 판단은 결이 다르다. 씨티는 마이크론을 미국 포커스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그 이유로 DRAM 가격 모멘텀 둔화를 들었다.
DRAM은 컴퓨터와 서버에서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메모리로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최근 몇 분기 동안 AI 서버 수요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올랐지만 씨티는 2026년 2분기 들어 분기 기준 가격 상승 속도가 1분기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마이크론 주가는 전통적으로 분기별 메모리 가격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둔해지면 주가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는 논리다.
다만 씨티는 장기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다. 신규 공장 건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AI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2026년과 2027년까지 메모리 수급 균형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과거처럼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는 국면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이번 조정은 반도체 업종 내부에서도 역할과 타이밍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텔은 파운드리와 패키징이라는 ‘공급망의 병목 구간’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마이크론은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라는 변수 앞에서 잠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갔다.
씨티의 판단은 AI라는 거대한 수요가 모든 반도체 기업에 동일한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공정에 서 있는지 어떤 단계에서 돈을 버는지에 따라 투자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씨티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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