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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생산·광고까지 줄였다…기대와 달랐던 판매량

  • 고건 기자
  • 입력 2026.01.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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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애플 비전 프로 공식 홈페이지)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가 출시 2년 만에 뚜렷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갔다. 생산량은 크게 줄었고 광고도 사실상 중단 수준으로 축소됐다. 애플은 현재 비전 프로의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대중 시장 확대보다는 제한적 운영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제조 파트너인 Luxshare는 2025년 초 비전 프로 생산을 중단했다. 비전 프로는 2024년 출시 첫해에 약 39만 대가 출하됐는데 2025년 마지막 분기 출하량은 4만5천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연말 쇼핑 시즌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점에서 시장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광고 전략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모바일 광고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시장에서 비전 프로 관련 디지털 광고 지출을 대폭 줄였다. 

 

출시 초기처럼 대중에게 제품을 각인시키려는 움직임은 사라졌고 판매 국가도 13곳에 그대로 머물렀다. 2025년 한 해 동안 새로운 국가로 판매를 넓히지 않았다는 점은 애플이 당분간 공격적인 확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전 프로가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가격이다. 비전 프로의 시작 가격은 3천499달러로 일반 소비자가 가볍게 접근하기엔 부담이 크다. 

 

여기에 착용 시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무게와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활용할 수 있는 전용 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혼합현실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 경험이 명확히 와닿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이런 불만을 의식해 2025년 10월 개선 모델을 내놨다. M5 칩을 탑재해 배터리 지속 시간을 늘리고 새로운 헤드밴드를 적용해 착용감을 보완했다. 동시에 사양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2026년 중 출시할 계획도 내비쳤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단기간에 달라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 프로의 부진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상현실과 혼합현실 헤드셋 시장 전체가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VR 헤드셋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이 가운데 약 80%를 차지하는 제품은 메타 Quest 시리즈다.

 

가격은 약 370달러부터 시작해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메타 역시 최근 1년간 헤드셋 관련 디지털 광고 지출을 줄였다는 사실이다. 수요 둔화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비전 프로를 판매량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 내부에서 이 제품을 단기 수익원보다는 장기 플랫폼 실험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태블릿이나 스마트워치가 겪었던 초기 부진을 떠올리면 섣부른 실패 규정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비전 프로가 아이폰처럼 대중적인 제품군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현실도 분명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애플의 선택은 속도 조절이다. 생산은 줄이고 광고는 최소화하며 기존 구매층과 개발자 생태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혼합현실이라는 기술이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비전 프로는 혁신의 상징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 앞에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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