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12월 30일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12월 9일과 10일 개최된) 의사록에서 내부 시각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왜 내려야 하는지, 앞으로 더 내려야 하는지를 두고 생각이 크게 갈렸다. 경제를 보는 방향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시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3.5~3.75%로 조정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세 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이 가운데 두 명은 금리를 그대로 두자고 했으며 한 명은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연준 회의에서 세 명이 동시에 반대한 것은 6년 만이다.
의사록을 관통하는 핵심은 노동시장과 물가에 대한 인식 차이다. 다수 위원들은 “고용 쪽 위험이 더 커졌다”고 봤다. 실업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고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위험이 다소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가 상승률이 과거만큼 빠르지 않고 통제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다수는 “고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금리를 내려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리를 내리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해고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속도를 늦추자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부족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고용과 물가 관련 공식 통계가 제때 나오지 않았다. 경제 판단의 재료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을 피하자는 목소리다.
의사록에는 “앞으로 나올 고용과 물가 데이터를 더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문장이 담겼다. 금리 결정은 감이 아니라 숫자로 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관세에 대한 시각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관세가 물가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번에는 “관세가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다만 언제 약해질지, 소비자가격까지 얼마나 전가될지는 불확실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관세는 수입품에 붙는 세금이다. 기업이 부담하면 마진이 줄고 소비자에게 넘기면 물가가 오른다. 연준은 이 영향이 장기적인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본 것이다.
노동시장 전망은 더 복잡하다. 위원들은 최근 고용이 느려졌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실업률이 소폭 올랐고 채용 속도도 둔화됐다. 통화정책이 적절히 작동하면 고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데이터 공백이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수는 “노동시장 위험은 여전히 나쁜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정리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해석이 갈린 이유다. 일부 위원들은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원인으로 봤다. AI 활용이 늘면서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신규 채용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문제는 이 현상이 경기 순환 때문인지, 기술 변화 때문인지를 실시간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이런 변화는 금리 인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러셀은 “연준은 사방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하지만 물가는 아직 높고 데이터도 부족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의사록은 완화 성향 인사들조차 망설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가까워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은 2026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재정 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 요인이 내년에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제 성장률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전망의 방향은 있지만 숫자에는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의사록 공개 이후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의사록은 연준이 방향을 완전히 정하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금리는 이미 내렸지만 왜 내렸는지, 얼마나 더 내려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고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물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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