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연중 경제 뉴스를 지배한 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관세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내세웠고 취임 직후부터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계획을 연이어 공개했다.
그러나 연말 기준으로 실제 시행된 정책과 공개 발언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다. 미국 AP통신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2025년 한 해 동안 발표된 고강도 관세 구상 중 상당수는 행정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미실행 상태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연설에서 관세와 각종 통관 수입을 전담해 걷는 ‘외부세입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직을 통해 막대한 자금이 해외에서 미국 재무부로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말 현재 외부세입청은 설립되지 않았다. 미국의 관세 징수는 기존과 동일하게 세관국경보호청이 담당하고 있다. 다만 실제 관세 수입 자체는 크게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40건이 넘는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가 부과됐고 2025회계연도 기준 관세와 통관 관련 세입은 2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새로운 조직 설립 구상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기존 체계를 통한 관세 징수는 확대된 셈이다.
유럽산 주류에 대한 200% 관세 발언도 대표적인 미이행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유럽연합이 미국산 위스키에 고율 관세를 검토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산 와인과 샴페인 증류주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유럽 주류 기업 주가는 급락했고 미국 수입업체들도 가격 급등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위스키 관세 시행을 2026년으로 연기하면서 미국의 보복 관세 역시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다. 해당 품목은 이후 체결된 미·EU 무역 합의에서도 제외됐다.
영화 산업을 겨냥한 관세 역시 현실화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가 미국으로 유입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촬영과 제작이 늘어난 미국 영화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후 공식 입장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관련 행정명령은 발표되지 않았다. 2025년 말까지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는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제약 산업에 대한 고율 관세 발언도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름과 가을에 걸쳐 외국산 의약품에 최대 2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은 병원과 약국에서 사용되는 필수재로 관세가 붙을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제약 업계와 의료계의 우려가 컸다. 그러나 관련 행정명령은 어영부영 시간만 끌다가 결국 서명되지 않았고 제약 관세는 계획 수준에 머물렀다.
반도체 관세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해외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와 칩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서버 등 대부분의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기업 역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 발언 이후에도 구체적인 시행 시점이나 세부 규정은 발표되지 않았고 연말까지 실제 관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미국 국민에게 최소 2천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에게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무부는 해당 조치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현금 지급 대신 세금 감면 형태가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2025년 내 직접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시행된 관세를 둘러싼 법적 논란도 남아 있다. 미국 대법원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를 진행 중이다. 위헌 판단이 나올 경우 일부 관세는 철회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행정부가 대체 수단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배경이다.
종합하면 올 한 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강한 발언과 실제 집행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관세는 반복적으로 언급됐지만 상당수는 정책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2025년에 관세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준 메시지는 경제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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