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의 혼조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되는 모양새다. 미국 노동부가 12월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주간 실업급여 통계에 따르면 12월 13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2만4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보다 1만3천 명 줄어든 수치로, 시장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직전 주에는 신청자가 갑자기 23만7천 명까지 늘어나며 고용시장에 이상 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이번 발표로 일단 급한 불은 꺼진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한 주 동안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다. 쉽게 말해 “이번 주에 해고되거나 일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 수”다. 이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람을 자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이 수치가 안정적이면 대규모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에 22만 명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은 미국 고용시장이 당장 붕괴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호다.
다만 이 숫자만 보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함께 발표된 다른 지표가 미묘한 경고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계속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 수’는 189만7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6만7천 명이나 늘었다.
이 지표는 이미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급여 수령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즉, 한 번 실직한 사람이 다시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은 “지금 당장 해고가 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계속 실업급여 수령자는 “이미 해고된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결과를 종합하면 기업들이 갑자기 사람을 대거 자르지는 않지만 한 번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오래 구직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그림이 나온다.
전주에 갑자기 신규 신청자가 크게 늘었던 이유도 따로 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과 연말 시즌을 전후해 통계가 자주 흔들린다. 공장이나 학교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근무 일정이 바뀌고 물류·유통업체가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평소와 다른 고용 흐름이 나타난다.
여기에 각 주 정부의 행정 처리 속도 차이까지 겹치면, 실제 상황보다 통계가 한 주 튀었다가 다음 주에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이유로 노동부 통계에는 ‘계절 조정’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연말에는 이 조정 과정 자체가 오차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급증은 이런 계절적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지표는 ‘4주 이동 평균’이다. 이는 주간 통계가 워낙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최근 4주 평균을 내어 흐름을 보는 방식이다. 이 평균치는 21만7천5백 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급격한 악화는 아니지만, 서서히 높아지는 방향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업보험 적용 실업률은 1.2%로 변동이 없었다. 이 수치는 전체 실업률과는 다르다. 실업보험에 가입돼 있고 실제로 급여를 받는 사람만을 기준으로 계산한 비율이다. 계속 실업급여 수령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보면 고용시장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치를 12월 고용지표를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이번 주간 통계가 포함된 기간이 다음 달 발표될 12월 고용보고서의 조사 구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지도, 그렇다고 대규모 해고에 나서지도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사람을 자르기보다는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며 버티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번 실업급여 통계는 “당장 고용시장이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과 “실직 이후 회복 속도는 분명히 느려지고 있다”는 양면성을 드러낸다.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 실업급여 수령자가 190만 명 안팎에서 더 늘어나는지, 신규 신청자 수의 평균이 22만 명대를 넘어서는지가 미국 경기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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