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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과 브로드컴의 동반 추락, 무슨 일이 있었나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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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실적 발표 이후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연달아 하락하자 시장에서는 “이제는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빠르게 퍼졌다. 특히 브로드컴의 경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왜 같이 얻어맞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도 많았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최근 AI 산업이 어떤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AI 산업은 지금 ‘기술 경쟁’ 단계를 지나 ‘산업 운영’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고 누가 더 빠른 칩을 갖느냐가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AI를 하루 24시간 실제 서비스로 돌리는 과정에서 전기 요금, 서버 유지비, 냉각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이 성장을 유지하는 데 얼마가 드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오라클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서버를 늘리고 네트워크를 깔고 전력 설비와 냉각 장치를 확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실적 발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매출 성장 자체는 유지되고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지출되는 투자 비용이 크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시장은 단기적인 수익성 부담에 주목했다. 이는 AI 수요는 분명하지만 그 수익이 바로 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 흐름이 브로드컴으로 바로 연결된다. 브로드컴은 AI 시대의 핵심 부품 공급자 중 하나지만 엔비디아처럼 완성된 범용 GPU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초대형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전용 칩을 설계하고 대량 생산하는 커스텀 ASIC 사업 비중이 크다. 

 

커스텀 ASIC이란 특정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과 AI 작업에 맞게 설계된 맞춤형 반도체로, 범용 제품과 달리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개발이 진행된다.


이 사업 방식은 주문이 한 번 확정되면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칩 설계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양산 초기의 낮은 수율 문제까지 모두 공급사가 먼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고객이 초대형 기업일수록 가격 협상력이 강해 초기 단가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매출은 빠르게 늘어도 처음 몇 분기 동안은 이익률이 기대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투자 부담 이슈가 부각되자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오라클이 쓰는 맞춤형 칩 물량은 그대로 유지될까?”, “투자 속도가 조절되면 주문 조건이 바뀌지는 않을까?”, “초반 마진이 얇은 구간이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동시에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의 실적 숫자 자체에는 아무 문제 없었지만 그 실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매출과 별개로 비용 회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평가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소가 겹쳤다. 브로드컴은 2025년 내내 AI 기대감을 충분히 반영하며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와도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 성과보다 앞으로 더 큰 이익 증가가 가능한지가 중요해지는데, 오라클 이슈로 인해 AI 인프라 전반이 ‘성장 이야기’에서 ‘현금 흐름 점검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기대치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AI 산업을 다시 나눠 보기 시작했다. 당장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기업과 이미 구축된 인프라 위에서 사용량 증가에 따라 수익을 얻는 기업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처럼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고 칩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쪽은 한층 큰 부담을 얻었고, 반대로 기존 설비를 기반으로 효율을 높이거나 유지비 절감에 기여하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재평가를 받기 시작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동반 하락은 두 기업의 사업이 갑자기 흔들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AI 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AI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는 큰 방향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얼마나 빠르게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투입한 비용이 언제부터 이익으로 돌아오는지를 더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최근 주가 움직임은 바로 이 관점 변화가 처음으로 표면에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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