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월 물가 3.8%로 다시 상승…“RBA 목표 범위 벗어나 금리 인하 어려워져”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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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10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중앙은행(RBA)이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에너지·주거비 등 생활비 부담이 다시 커졌고, 실물 경기 일부는 식기 시작해 정책 방향을 두고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3.8% 상승했다. 9월 3.6%보다 더 오른 것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3.6%를 넘어섰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는 ‘생활비 전반이 다시 비싸졌다’는 뜻이며, 특히 전기료·주거비·식료품 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RBA의 공식 목표는 물가를 2~3%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3.8%는 이 목표를 확실히 웃도는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목표 범위에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과 전문가 사이에서 동시에 나왔다.
근원물가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ABS가 발표한 ‘근원 인플레이션(trimmed mean)’은 10월 기준 3.3%를 기록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가격 변동이 심한 항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저 흐름을 보는 지표로, 중앙은행이 정책 판단에 더 비중을 두는 수치다. 시장 예상은 3%였으나 이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근원 지표가 높다는 것은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월간 기준 CPI는 0.0%로 전월(0.5%)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한 달 동안 물가가 추가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전년 10월 물가가 이례적으로 크게 떨어졌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강한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료가 전년 대비 37%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요금 부담이 바로 반영된 영향이다. 주거비 역시 5%대 중반의 상승률을 보였다.
집세·관리비·건설비 등 주거 관련 비용이 줄곧 오른 상태에서 공급 부족이 겹치며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식료품 가격도 약 3% 오르며 가계 부담을 키웠다.
10월 물가가 ‘강한 인플레이션 신호’를 보인 가운데, 반대로 호주 경제의 일부 실물 지표는 둔화 조짐을 보였다. 이날 함께 발표된 3분기 건설 공사 실적은 전 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시장은 0.4% 증가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역성장으로 나타났다. 앞선 분기(2.9% 증가)에서 크게 반등했지만 이어지는 분기에서 감소로 전환되며 건설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정부 인프라 투자 둔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시장은 이번 물가 발표에 즉각 반응했다. 호주 증시인 S&P/ASX 200 지수는 이날 0.7%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은행과 광산주가 장을 이끌었다.
금리가 높은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은행은 대출 이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주가가 강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반면 유틸리티·기술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금리 부담이 커질수록 성장주와 안정 배당 중심 업종은 주가 탄력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외환시장에서도 호주달러(AUD) 강세가 나타났다. CPI 발표 직후 AUD/USD 환율은 0.65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높은 물가가 유지되면 RBA가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통상 금리가 유지되거나 올라갈 가능성이 있을 때 해당 통화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RBA의 정책 전망은 물가 흐름과 함께 더 복잡해지고 있다. RBA는 최근 통화정책보고서에서 “물가가 2027년 후반에야 목표 범위에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임금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서비스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잡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RBA가 내년 중반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은행은 “물가가 반복적으로 예상치를 넘고 있어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열어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경기 자체가 식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있어 RBA가 성급한 추가 인상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데 실물지표가 약해지면 정책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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