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BYD의 판매가 빠르게 늘고 테슬라는 뚜렷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충격이 맞물리면서 유럽 완성차 업계의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EU 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2025년 10월 EU의 신규 승용차 등록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91만6609대를 기록했다. 올해 1~10월 누적 기준으로도 1.4% 늘었는데 이는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골고루 늘며 회복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ACEA는 “판매량 자체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흐름은 전기차 비중의 확대다. 배터리 전기차(BEV) 등록 대수는 올해 10월까지 38.6% 증가했다. BEV는 엔진 없이 배터리만으로 달리는 차량으로 충전 시간과 비용 부담이 있지만 유지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스페인은 90% 이상 증가했고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도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이한 점이 있는데, 소비자 선택은 순수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에 더 쏠려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어 시장 점유율이 34.6%까지 올라 가장 인기 있는 동력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휘발유차와 디젤차는 빠르게 밀리고 있다. 휘발유차 점유율은 27.4%로 내려왔고 디젤차는 9.2%까지 떨어졌다. 내연기관 비중이 1년 새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ACEA는 “소비자가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관심은 BYD와 테슬라의 엇갈린 성적이다. BYD의 10월 판매는 전년보다 무려 206.8% 늘어난 1만7470대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도 1.6%까지 올라 지난해 0.5%에서 세 배 넘게 확대됐다. 반면 테슬라의 같은 달 판매는 48.5% 감소한 6964대에 그쳤다. 점유율도 0.6%로 떨어져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 됐다.
다른 중국 브랜드인 SAIC 역시 35.9%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BYD의 약진은 가격 경쟁력과 유럽 현지 브랜드의 공백이 맞물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공장 생산 차질과 유럽에서의 안전 규정 적합성 논란이 이어지며 판매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변수도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를 적용했고 유럽산 차량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지 업계는 “관세 부담이 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수출량과 이익률에 타격이 온다”고 우려했다.
일부 항만에서는 관세 부담으로 출하를 미루는 차량이 쌓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EU와 미국이 새 무역협정을 맺으며 일부 품목 관세는 조정됐지만 승용차 관세는 그대로 남아 유럽 완성차가 받는 부담은 여전하다.
내부 수요도 녹록지 않다. 중국은 최근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됐고, 유럽은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확충 지연으로 소비자 부담이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목표로 하는 친환경차 전환 속도보다 실제 시장 변화가 느리다”며 “하이브리드 중심의 과도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누적 기준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는 폭스바겐그룹(27.6%)이 차지했고 스텔란티스(15.8%) 르노(11.3%)가 뒤를 이었다. 도요타와 현대차 BMW와 메르세데스도 5~7%대를 유지했다. 중국계 브랜드들은 SAIC 1.9% BYD 1%로 여전히 낮지만 증가 속도만큼은 가장 가파르다. 테슬라는 1.3%로 내려앉아 주요 브랜드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시장은 회복되는 듯하지만 판매 구조는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테슬라가 흔들리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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