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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당국, 중소은행 숨통 트기 나섰다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2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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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규제당국이 지역 기반의 중소은행을 겨냥해 핵심 자본 규제인 ‘레버리지비율’을 9%에서 8%로 낮추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중소은행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규제 부담이 쌓이면서 대출여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정책당국이 규제를 완화해 숨통을 틔워주는 흐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자본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다. 쉽게 말하면 은행이 위험한 자산을 얼마나 쌓고 있든지 상관없이 ‘자본 대비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를 직접 보는 잣대다. 

 

수학적으로 복잡한 계산 없이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자본을 비교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고 인력이 적은 커뮤니티뱅크에게는 가장 다루기 쉬운 규제 틀로 평가된다. 이번에 제안된 8%는 코로나 초기 완화 조치에서 이미 적용된 적이 있는 만큼 지나치게 낮은 기준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정책당국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연준(Fed), 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이 공동으로 발표한 이번 조치는 자본 요건을 낮추는 대신 다른 안전장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레버리지비율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복귀를 위한 유예 기간이 기존 2분기에서 4분기로 늘어난다. 작은 은행일수록 계절적 요인이나 특정 산업의 변동에 따라 자본 변동폭이 커지는데, 이 기간을 길게 잡아주면 그동안 규정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받던 압박을 줄일 수 있다.


또 정책당국은 “레버리지 규제를 낮춘다 해도 전체적인 자본 건전성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위험가중자산(RWA)을 계산해 요구되는 자본을 따지는 기존 규제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CBLR(커뮤니티뱅크 레버리지비율)을 선택하지 않은 은행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자본을 보유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규제 방식만 단순하게 해주고 기본적인 안전 장치는 남겨두는 형태다.


최근 발표된 캔자스시티 연준 보고서는 이번 정책 제안의 배경을 잘 보여준다. 미국 커뮤니티뱅크의 자본 여력은 오히려 넉넉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으며 핵심 지표인 ‘Tier 1 레버리지비율’은 평균 11.04%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상태다. 

 

작은 은행들이 규제 때문에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규제 대비 자본이 너무 많이 쌓여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많은 지역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규제 보고서를 준비하고 검증받는 데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쓰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은행업계는 이번 조치를 대체로 반기고 있다. 미국 커뮤니티은행협회(ICBA)는 수년간 CBLR 8% 도입을 요구해왔고, “중소은행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다루지 않고 전통적인 대출과 예금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자본 규제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미 은행협회(ABA) 역시 “9%는 실제 위험에 비해 과도한 기준”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정책 제안은 중소은행뿐 아니라 대형은행 규제 완화 기조와도 흐름이 맞닿아 있다. 연준과 재무부는 올해 들어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보강 레버리지비율(ESLR)’ 조정도 검토 중이다. 국채와 단기금융시장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채를 취급하는 대형 은행들은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늘릴 수 있다며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도 이러한 규제 완화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흐름 또한 이번 제안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준이 발표한 은행 대출태도 조사(SLOOS)에 따르면 지역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024년 후반부터 뚜렷한 축소세를 이어왔다. 

 

금리 부담과 규제 비용이 동시에 커지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졌고 중소 제조업·서비스업은 필요한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투자 계획을 미루는 사례가 늘었다. 정책당국은 대출 공급이 살아나야 지역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보고 레버리지비율 완화를 카드로 꺼낸 셈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규제를 확정하지 않고 6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향후 업계 의견과 의회의 반응에 따라 조정 폭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정책 기조는 이미 ‘완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우세하다. 

 

중소은행의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고 대출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되돌릴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규제 조정이 단기적으로 대출 여력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친 완화는 장기적으로 은행의 위험 관리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금리 변동과 지역 경제 구조에 따라 중소은행이 받는 충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인하’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예기치 못한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지역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규제비용이 지나치게 커진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제안은 미국 금융 규제가 팬데믹 이후 강화되던 흐름에서 방향을 바꾸며 중소은행의 운영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자본 기준을 어느 수준에서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중소은행이 감당해야 할 규제 강도가 완화될 여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정책당국에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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