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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아이들의 뇌가 멈춰가고 있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5.11.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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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공부를 돕는 시대라지만 최근 연구들은 다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아이들이 AI를 쓰면 쓸수록 생각하지 않는 뇌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MIT 미디어랩은 18세에서 39세 참가자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아무런 도움 없이, 다른 그룹은 구글 검색으로, 마지막 그룹은 챗GPT로 에세이를 작성했다. 참가자들의 뇌파를 32개 영역에서 측정한 결과 챗GPT를 사용한 그룹의 뇌 활동이 가장 낮았다. 글을 마친 뒤 자신이 쓴 문장을 인용하라고 했을 때 챗GPT를 사용한 사람의 83%가 단 한 문장도 기억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AI가 사고를 대신하면서 학습자의 기억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비슷한 실험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도 진행됐다. 시리 멜루마드 교수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짧은 글쓰기를 시켰다. 절반은 구글 검색으로 조사하고 나머지는 AI 요약 기능만 사용하도록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I 요약에 의존한 학생들은 “물을 많이 마셔라”, “잠을 충분히 자라” 같은 상식적인 문장만 반복했다. 반면 직접 검색한 학생들은 정신 건강, 감정 조절, 사회적 관계 등 더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교수는 “AI가 정보를 빠르게 모아주지만 사고의 깊이는 앗아간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학교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미국 국가교육진척도평가(NAEP)는 지난해 중고생의 독해 점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평균 점수는 2019년보다 3점, 1992년보다 10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학습 습관’에서 찾았다. 

 

클릭 한 번이면 정답이 나오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비교하는 과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브레인롯(Brainrot)’이라고 표현했다. 짧은 영상과 AI 요약에 중독돼 생각이 굳어버린다는 뜻이다.


물론 기술을 무조건 악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노년층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즉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인공지능은 학습의 도구가 될 수도, 뇌를 멈추게 하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부모와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이가 공부할 때 AI를 바로 켜지 못하게 해야 한다. 먼저 손으로 써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을 세운 다음 AI를 쓰게 하는 것이다. MIT 연구에서도 ‘머리 먼저, 기계 나중’의 순서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뇌가 스스로 구조를 짜는 경험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AI를 ‘정답기’가 아니라 ‘비판 훈련기’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챗GPT에게 답을 받았다면 “이 내용이 틀릴 수도 있을까?”, “다른 출처에서는 뭐라고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답을 받아들이기보다 의심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학습의 본질이다.


읽기 습관도 중요하다. AI가 정리해 준 요약만 보고 넘어가는 대신,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나 긴 기사를 함께 읽게 해야 한다. 최소 20분 이상 집중해서 읽고 핵심을 손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좋다. 

 

실제로 긴 글을 읽는 시간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자극한다. 교실에서도 단순 요약형 과제보다는 출처를 비교하거나 근거를 제시하는 평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정답 맞히기’보다 ‘이유 찾기’에 집중하게 된다.


SNS의 짧은 영상, 일명 숏폼 소비도 일정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매일 5초짜리 영상 수십 개를 보는 습관은 뇌의 보상 체계를 왜곡시킨다.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지면 긴 집중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숏폼 휴식일’을 지정하는 게 좋다. 주말 하루만 허용하거나 시청 후 내용을 요약하게 하는 식이다. 무작정 콘텐츠를 막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게 만드는’ 접근이 더 지속 가능하다.


AI가 아이들의 학습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그 도구가 아이의 두뇌를 대신하는 순간이다. 

 

MIT의 나탈리아 코스미나 연구원은 “1분 뒤에 자신이 쓴 문장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건 글을 쓴 게 아니라 단순히 입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아이가 생각을 입력하는 대신 생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와 교사가 함께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AI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용의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생각하고 나중에 검색하고, 마지막에 검증하는 것이다. 손으로 쓰고, 눈으로 읽고, 입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생략하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속도를 높여주지만 깊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아이의 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각의 근육’을 직접 쓰게 하는 것이다. AI가 아이의 공부를 대신하는 날 아이의 뇌는 진짜로 멈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훈련이다. 생각의 근육을 잃지 않게 하는 훈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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